[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연탄의 부활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연탄의 부활

입력 2010-11-05 00:00
수정 2010-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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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종일 돌려도 주문 밀려 한 장이면 밤새 아랫목 뜨끈

판잣집들이 오밀조밀 무리지어 있는 달동네 저 너머로 도심의 야경이 그려질 무렵. 매듭 지은 새끼에 연탄 한 장을 끼워 들고 언덕길을 오르던 어머니. 연탄을 몇백 장씩 배달시킬 돈이 없었던 1960~70년대의 가난한 동네에서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창고 가득 연탄을 쌓는 것으로 월동 준비를 끝냈던 시절, 연탄은 ‘땔감의 지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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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계본동에서 한 노인이 연탄은행에서 나눠준 연탄을 들고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다. 독거노인과 서민들에게 연탄은 겨울을 나는 필수품이다.
서울 중계본동에서 한 노인이 연탄은행에서 나눠준 연탄을 들고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다. 독거노인과 서민들에게 연탄은 겨울을 나는 필수품이다.
그동안 석유와 가스에 밀려 자취를 감췄던 연탄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찾아간 곳은 서울의 마지막 남은 연탄 공장. 새벽부터 육중한 기계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가며 연탄을 찍어내고 있었다. 하루 10시간 이상 새까만 석탄 가루와 기계 소음 속에서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까맣게 윤이 나는 연탄이 줄지어 쏟아져 나온다. 삼천리 E&E 김두용(59) 전무는 “70년대에는 서울에 대형 공장만 9곳이나 됐다.”고 설명했다. 연탄 산업이 그렇게 호황을 누렸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서울시내에서 단 두 곳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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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재와 기계 소음 속에서의 치열한 땀의 현장. (삼천리 E&E)
연탄재와 기계 소음 속에서의 치열한 땀의 현장. (삼천리 E&E)
그러나 최근 기름 값이 크게 오르면서 연탄산업은 제2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 공장도 분주해졌다. 삼천리 E&E 손종대(66) 작업반장은 “온종일 기계를 돌리는데도 주문량이 일주일치나 밀려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또 하나의 연탄 공장인 고명산업 신희철(57) 상무는 “하루 30만장이 나가는데 트럭 100여대가 수차례씩 수도권 전역을 오가며 날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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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고명산업 근로자들이 주문받은 연탄을 배달하기 위해 화물트럭에 싣고 있다.
서울 금천구 고명산업 근로자들이 주문받은 연탄을 배달하기 위해 화물트럭에 싣고 있다.
기름에 비하면 연탄값은 무척 싸다. 몇 년 새 좀 올랐다지만 소매가격은 장당 500백원 선. 기름 값의 3분의1 정도면 한겨울을 훈훈하게 날 수 있으니 서민 동네에서는 연탄이 불티나게 팔릴 수밖에 없다. “한 번만 갈면 밤새 방을 따뜻하게 덥혀주고 물도 데울 수 있고 여러모로 좋죠.”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에서 만난 이복순(74) 할머니의 연탄 자랑이다.

서민들에게 연탄을 기부하며 이웃 사랑의 기쁨도 나누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자원봉사단체인 ‘연탄은행’의 기부운동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연탄은 늘 아련한 추억의 대상이다. 식구들끼리 순번을 정해 새벽에 연탄을 갈던 일이며 눌어붙은 연탄 두 장을 식칼로 떼어 내던 일, 꼬챙이로 쑤셔서 불구멍을 맞추던 기억도 생생하다.

추억 속에 묻힐 뻔했던 연탄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날씨가 추워지는 요즘 연탄은 서민들의 몸을 녹여주며 곧 찾아올 동장군의 기세를 꺾을 준비를 하고 있다.

글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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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won@seoul.co.kr
2010-11-0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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