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이슈-흔들리는 전통결혼문화] 프랑스 ‘死者와의 결혼’ 허용

[월드이슈-흔들리는 전통결혼문화] 프랑스 ‘死者와의 결혼’ 허용

입력 2004-02-28 00:00
수정 2004-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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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네살의 사랑스러운 프랑스 여인 크리스텔.그녀는 지난 10일 ‘죽은 사람’과 결혼했다.

결혼식장인 니스 시청에 나타난 그녀는 하얀 웨딩드레스 대신 검은색 바지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짧게 진행된 결혼식에는 40명의 친지가 참석,담담하게 그녀의 앞날을 축복했다.

결혼식장의 신랑 자리는 비어있었다.식장에 나타날 수 없었던 그녀의 신랑은 에릭 드미첼.오랜 연인 크리스텔에게 결혼을 약속했던 그는 지난 2002년 술취한 운전자가 모는 오토바이에 치어 사망했다.결혼식이 열린 날은 에릭의 30번째 생일날이었다.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지만,사자(死者)와의 결혼이 프랑스에서는 합법적이다.사연은 1959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그해 프랑스 남부에 큰 비가 내렸고 말파세 댐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댐 아래 자리잡은 프레주 마을이 삽시간에 수몰되면서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다.드골 대통령이 조문을 위해 방문했을 때 이렌느 조다르라는 처녀가 울면서 호소했다.그녀는 “사랑을 맹세한 약혼자 앙드레 카프라가 숨졌다.”며 “그가 떠났지만 결혼 약속은 꼭 지키고 싶다.”고 간청했다.

드골 대통령은 “아가씨,꼭 생각해보겠습니다.”라고 답변한 뒤 파리로 돌아가 입법을 검토하도록 했다.

그달 말에 프랑스 의회는 이렌느가 그의 죽은 약혼자와 결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특별법을 입안했다.그후로 지금까지 수백명의 남녀가 망자(亡者)와의 결혼을 간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청원이 모두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죽은 자와 결혼을 원하는 사람은 반드시 대통령에게 청원을 해야하며,청원은 법무부장관을 통해 청원자가 사는 지역의 검찰로 넘겨진다.

검찰에서는 청원자가 실제로 망자와 결혼을 계획했는가를 확인해본 뒤 망자의 부모에게 결혼식 동의여부를 묻는다.검찰이 조사결과를 보고하면 대통령은 결혼 허용 문서에 최종 서명하게 된다.

크리스텔은 결혼식이 끝난 뒤 “그는 떠났지만 그와의 결혼은 남게 됐다.”면서 “결국 우리의 사랑은 죽음을 초월하게 됐다.”고 말했다.크리스텔은 앞으로 남편의 성 드미첼을 따르게 되며,공식문서에 ‘미망인’으로 기록된다.

크리스텔의 변호사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해마다 20명 정도가 죽은 자와 결혼을 하지만 대부분 비밀에 부쳐진다.크리스텔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 이런 방법이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공개했다.”고 말했다.

니스의 경찰인 그녀는 일상생활로 돌아갔다.그녀의 아파트에는 남편 에릭 대신 에릭의 유해를 담은 납골이 보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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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기자˝
2004-02-28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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