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만난 사제의 특별 생태수업

50년 만에 만난 사제의 특별 생태수업

김지예 기자
김지예 기자
입력 2025-05-12 23:58
수정 2025-05-1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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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세 담임 홍순길씨·60세 제자들

서경원 교수, 동문회서 근황 수소문
스승의날 앞두고 뜻깊은 만남 성사
개구리 만지고 물벼룩 현미경 관찰
“당시 출석부 보관” “못 잊을 참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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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길(오른쪽) 전 성북강북교육지원청 교육장이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서울시교육청 융합과학교육원에서 1975년 강남초등학교 4학년 2반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맺은 제자들을 50년 만에 만나 현미경으로 물벼룩을 관찰하는 생태 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순길(오른쪽) 전 성북강북교육지원청 교육장이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서울시교육청 융합과학교육원에서 1975년 강남초등학교 4학년 2반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맺은 제자들을 50년 만에 만나 현미경으로 물벼룩을 관찰하는 생태 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생님, 50년이 지났는데 하나도 안 변하셨어요.”

머리가 희끗희끗한 제자 다섯 명이 “선생님”을 외치며 달려오자 백발의 교사가 제자들의 손을 꼭 맞잡았다. 1975년 서울 동작구 강남초 4학년 2반에서 담임교사와 학생으로 인연을 맺었던 이들은 반세기 만의 재회에도 금방 서로를 알아봤다. 선생님은 제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제자들은 선생님과 떠났던 체험학습의 추억을 어제 일처럼 기억해 냈다.

스승의날(15일)을 엿새 앞둔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서울시교육청 융합과학교육원에서는 특별한 만남이 성사됐다. 옛 제자 5명이 50년 전 담임을 맡았던 홍순길(76) 전 성북강북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찾은 것이다. 홍 전 교육장은 “제자들 전화를 받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세기를 뛰어넘은 만남은 제자인 서경원(60) 서울대 교수의 강남초 동문회지 글에서 시작됐다. 서 교수가 “4학년 담임이셨던 홍 선생님을 꼭 뵙고 싶다”는 글을 올리자 동문들이 홍 전 교육장이 퇴직 후 융합과학교육원에서 자원봉사 중이라는 최신 근황을 알려왔다.

서 교수는 “선생님은 모든 아이에게 애정을 베푸는 ‘참스승’이셨다. 평생 잊어 본 적이 없다”며 “오늘 내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고 불러 주셔서 눈물이 핑 돌았다”고 했다.

홍 전 교육장은 현재 융합과학교육원에서 서울 관내 초등학교로 생물학습자료를 보내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백발의 스승은 이날 만남을 더 뜻깊게 만들고 싶어 특별 ‘생태 수업’을 마련했다. “배춧잎 뒤 애벌레가 흰나비가 된다”는 홍 전 교육장의 설명에 60대 학생들은 배춧잎 관찰에 빠져들었다. 물벼룩 심장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참개구리와 흙 속 땅강아지를 만져 보며 눈을 반짝이기도 했다.

홍 전 교육장은 50년 전에도 자연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 주는 교사였다. 교과서 속 소양강댐이 실제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 주기 위해 학생 일곱 명을 데리고 춘천 소양강댐 현장 학습을 가기도 했다. 학교 창문이 떨어져 머리가 찢어진 서 교수를 등에 업고 병원으로 내달리기도 했다.

서 교수는 “선생님의 가르침이 동식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약대에 진학하는 데 영향을 줬다”며 “50년 만의 수업도 정말 흥미로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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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당시 한 반 90명의 초과밀학급을 맡았던 홍 전 교육장은 아직도 학생들의 출석부를 보관하고 있다. 그는 “출석부를 남긴 건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라며 “요즘 교직이 힘들다고 하지만 여전히 열정을 가진 교사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2025-05-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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