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사기 조직에 컴퓨터 설치해 준 업자… 대법 “사기 방조 아냐”

주식 사기 조직에 컴퓨터 설치해 준 업자… 대법 “사기 방조 아냐”

박은서 기자
박은서 기자
입력 2026-09-29 12:00
수정 2026-09-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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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줄 요약
  • 사기 조직 사무실 컴퓨터 설치 업자, 방조 무죄 취지
  • 대법원, 통상적 수리 대가만 받은 점에 주목
  •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문제도 함께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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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방 관련 범죄를 나타낸 인공지능 이미지. 서울신문DB
리딩방 관련 범죄를 나타낸 인공지능 이미지. 서울신문DB


사기 일당의 콜센터 사무실에 컴퓨터를 설치해주고 정당한 대가를 받은 수리업자까지 사기방조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최근 사기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29)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컴퓨터 출장 수리·판매업자인 김씨는 지난 2024년 11월부터 약 6개월간 중·고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A씨의 경기 시흥 콜센터 사무실에 컴퓨터 등 집기를 설치하고 사무실 이전 작업을 도왔다.

A씨의 일당은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리딩 비용을 환불해주겠다”고 접근한 뒤 코스닥 상장 예정 공모주를 싸게 살 수 있다고 속여 피해자 11명으로부터 모두 4억 2592만원을 뜯어낸 사기 조직이었다. 검찰은 김씨가 A씨 일당의 범행을 알면서도 도왔다며 그를 재판에 넘겼다.

1·2심은 김씨가 A씨의 지시로 컴퓨터를 처분하거나 SSD를 초기화한 점, 사무실 창문이 암막 시트지로 가려져 있고 ‘비상장주식’, ‘수익률’ 등이 적힌 보드판이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A씨가 컴퓨터를 이용해 사기를 저지를 것을 김씨가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범죄단체가입·활동 혐의 및 무인가 금융투자업 영위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라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방조범이 성립하려면 정범의 행위를 단순히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방조행위가 정범이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데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범죄 결과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등 현실적으로 기여했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는 통상적 수준의 대금만을 받고 컴퓨터를 설치했을 뿐 그 외 범행에 기여하거나 범죄 수익을 별도로 배분받지 않았고, A씨를 제외한 다른 조직원들과 연락한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김씨에게 구체적인 사기 범행과 그에 따른 법익 침해 결과를 인식하면서 이를 돕겠다는 방조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또 원심 재판부가 고의 인정의 근거로 삼은 경찰 피의자신문조서는 김씨 측이 법정에서 내용을 부인해 증거능력이 없는 데도 이를 유죄의 근거로 사용해 형사소송법상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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