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응답자 중 55% “파견에 반대”
국민의힘 지지층서는 찬성 여론 앞서
‘캐스팅보트’ 중도층, 파견론과 거리
6·3 지방선거 70일 앞…쟁점화 기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도착해 에어포스원에서 내리며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6.3.20 웨스트팜비치 로이터 연합뉴스
국민 절반 이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요구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0일 나왔다. 대미 공조 명분보다 국익과 안보 리스크를 더 크게 본 것이다. 야권 일각에서 파병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미래 보상을 앞세워 즉각적인 군사 부담을 감수할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우리 군함의 호르무즈 해협 파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은 결과, ‘파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55%로 나타났다. ‘파견해야 한다’는 응답은 30%에 그쳤고, 15%는 의견을 유보했다.
이념 지형별 온도 차도 뚜렷했다. 보수층에서는 파견 찬성이 45%, 반대가 42%로 오차 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맞섰지만, 진보층에서는 반대가 70%로 압도적이었다. 찬성은 21%에 그쳤다. 중도층에서도 반대 58%, 찬성 27%로 격차가 컸다.
특히 선거를 좌우하는 중도층이 파견론에 명확히 거리감을 보였다는 점은 6·3 지방선거를 70여일 앞둔 시점에서 정치권이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대목이다.
정당 지지층별로 봐도 균열은 선명하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56%가 파견에 찬성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68%가 반대했다. 무당층 역시 찬성(30%)보다 반대(47%)가 우세했다.
이번 사안이 단순한 외교·안보 현안을 넘어, 대미 관계를 어디까지 감수할 것인가를 둘러싼 정치적 판단의 문제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박수영·조정훈 의원 등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대미 협상의 카드로 활용해 핵추진 잠수함 건조 권한 확대 등 실익을 챙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의 요구를 덜어주는 대가로 전략 자산 관련 양보를 얻어내자는 계산이다.
반면 호르무즈 파병의 대가로 거론되는 안보 보상은 아직 별도 한미협정과 후속 제도 정비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이를 전제로 당장의 파병 결단을 요구하는 논리는 설득력에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전히 한국이 미국을 (호르무즈 해협 안정화와 관련해) 지원하길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한국을 사랑한다. 우리는 한국과 훌륭한 관계다. 우리는 한국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를 위한 군함 파견 등 군사적 기여를 기대하는 의중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거칠어질수록 한국 정부의 선택지는 좁아지는 모양새다.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따르기에도 부담이 크고, 그렇다고 정면으로 거절하기에도 외교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
다만 국내 여론만 놓고 보면,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서 미국의 전략적 공백을 대신 메워야 한다는 주장에는 아직 동의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이번 조사는 무작위 추출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 접촉률은 40.6%, 응답률은 13.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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