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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의료헌신까지… 초심 찾아나선 교회

독립운동·의료헌신까지… 초심 찾아나선 교회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2-10-10 17:24
업데이트 2022-10-1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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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교총 근대기독교문화유산 답사

일제 제암리 학살사건 알린 석호필
3·1운동 태극기 찍은 정동제일교회
한국 근대화에 교회의 헌신 보여줘
류영모 “교회 위기… 본질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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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에 있는 제암교회 희생자 기념탑은 1919년 4월 15일 제암교회에서 일제에 의해 목숨을 잃은 양민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경기 화성에 있는 제암교회 희생자 기념탑은 1919년 4월 15일 제암교회에서 일제에 의해 목숨을 잃은 양민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3·1운동의 들불이 전국으로 번져 가던 1919년 4월 15일 일본군은 경기 수원군 향남면(현 화성시 향남읍) 제암리 교회에 15세 이상 마을 남성을 모이게 했다. 앞서 만세 시위를 강경진압한 것에 대해 사과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교회당에 사람들이 모이자 일본군은 출입문과 창문을 잠그고 총을 난사했다. 남편을 찾으러 온 부인까지 포함해 23명이 사망한 이 사건은 ‘제암리 학살사건’으로 불린다.

“1980년 제암교회에 부임했을 때 역대 31대 교역자라고 했습니다. 3·1운동을 기념하는 교회의 31대 목사라는 데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게 됐어요. 제암리는 ‘예수 믿다 망한 동네’라는 가슴 아픈 소문이 퍼졌는데도 맥을 이어 오고 있다는 데 고마움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에서 지난 5일부터 3일간 진행한 근대기독교문화유산답사 중에 만난 제암교회 강신범 목사에겐 ‘제암리 학살사건’을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느껴졌다. 제암교회 일대는 곳곳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건 당시 여러 선교사가 제암교회를 찾았고, 프랭크 스코필드(한국명 석호필) 선교사가 일제의 만행을 널리 알린 것은 일제가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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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정동제일교회에 있는 파이프오르간은 유관순과 동지들이 숨어 독립선언서와 태극기를 인쇄했던 곳이다. 한국교회총연합은 일부에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는 이때를 ‘교회의 위기’라고 보고 개신교의 본질을 찾아나서는 근대기독교문화유산답사를 마련했다.
서울 정동제일교회에 있는 파이프오르간은 유관순과 동지들이 숨어 독립선언서와 태극기를 인쇄했던 곳이다. 한국교회총연합은 일부에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는 이때를 ‘교회의 위기’라고 보고 개신교의 본질을 찾아나서는 근대기독교문화유산답사를 마련했다.
독립운동에 교회와 선교사가 큰 역할을 한 것은 제암교회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선교사 헨리 아펜젤러가 1887년 서울 중구 정동에 세운 정동제일교회 강단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파이프오르간이 있다. 그 아래 좁은 공간에서 유관순과 동지들은 3·1운동 당시 태극기와 독립선언서를 인쇄했다. 비밀 공간이었기에 일제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었다.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와 동료 선교사들이 암살 위협에 시달리는 고종을 위해 직접 불침번을 서는 등 한국을 사랑한 선교사들은 자발적으로 헌신하며 한국인들과 운명을 함께했다.

근대 한국에 교회와 선교사가 공헌한 분야로 의료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7일 개관한 전북 전주시 기독교근대역사기념관은 미국 남장로교 선교회에서 파송된 7인의 선교사가 의료 혜택을 전혀 못 받고 병들고 죽어 가던 한국인들을 구제하기 위한 헌신을 기억하는 장소다.
전주 선교사 묘역에서 설명 중인 류영모 목사
전주 선교사 묘역에서 설명 중인 류영모 목사
또 다른 순례지인 광주 호남신학대학교에선 대한간호협회를 창립한 엘리자베스 요한나 셰핑, 숭일학교와 수피아여고를 세운 유진 벨 선교사 등이 묻혀 있다. 김병내 광주 남구청장은 “오늘날 광주정신이라고 하는 것의 모태는 선교사님들의 희생정신”이라고 말했다.

답사의 마지막 장소였던 대구에선 대구제일교회와 YMCA회관, 대구 3·1운동의 중심지였던 청라언덕 등에 뿌린 선교사들의 씨앗이 오늘날 대구 근대문화골목으로 열매 맺은 모습을 볼 수 있다. 곳곳에서 만난 기독교문화유산은 한국의 근대화에 교회의 헌신이 결코 적지 않음을 보여 줬다.

이런 역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는 정치권과 결탁해 이념 논쟁, 세대 분열 등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일부의 행태로 개신교 전체가 비난받는 현실이다. 이번 답사는 이를 반성하고 초심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됐다. 류영모 한교총 대표회장은 “교회는 지금이 가장 위기”라며 “다시 본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은 종교 없이 살아갈 수 있어도, 종교는 세상 없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초대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은 교회가 돌아갈 출발점을 찾는 것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글·사진 류재민 기자
2022-10-1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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