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마이크’는 말실수, ‘라운드 테이블’은 원탁회의로[모두에게 통하는 우리말]

‘핫 마이크’는 말실수, ‘라운드 테이블’은 원탁회의로[모두에게 통하는 우리말]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22-09-26 20:50
수정 2022-09-27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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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핵심 흐리는 무분별한 영어

지나친 영어 표현, 대상 희화화
‘룰 메이커’→ 시장 선도자 표현
‘글로벌’ ‘네트워크’ 우리말 사용

윤석열 대통령. 2022.09.26 박지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 2022.09.26 박지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가 주말 내내 입방아에 올랐다. 지난 22일 바이든 미 대통령 주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며 박진 외교부 장관 등 일행에게 한 말이 공개되면서 논란을 불렀다. 대통령실이 해명에 나섰지만, 문제가 된 ‘이 ××들’을 미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가리킨 말이라고 했다가 되레 화를 키웠다.

이 일을 두고 언론 일부가 ‘핫 마이크’(hot mic)라는 표현으로 윤 대통령의 행위를 설명했다. 말 그대로 ‘마이크가 아직 뜨거울 때 터진 사고’라는 뜻으로, 각국 정상이나 고위 관료, 유명 인사들이 마이크가 켜져 있거나 녹음기가 돌아가는지 모른 채 내뱉은 사담이나 농담이 여과 없이 공개돼 물의를 일으킨 사례를 가리킨다. 우리 말로는 맥락에 따라 ‘말실수’ 등으로 바꿀 수 있는데도 굳이 영어 표현을 썼다. 이런 표현은 사건의 핵심을 빗겨 가게 하고, 대상을 희화화하면서 쓸데없는 논란만 키운다.

대통령실은 또 윤 대통령의 외국 방문과 관련,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뉴욕에서 글로벌기업 대표들과 함께 북미지역 투자신고식 및 투자가 ‘라운드 테이블’(round table)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라운드 테이블은 격식 없이 앉아 다양한 의견을 말하고 듣는 회의를 가리키는 말로, 둥근 탁자에 둘러앉아 회의한다는 데서 왔다. 2015년 국립국어원이 중앙행정기관 전문용어 개선안 검토회의를 거쳐 ‘원탁회의’로 바꾸자고 했는데도 여전히 자주 쓴다.

윤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한국은 최고 수준의 무역과 투자 네트워크를 구축한 개방형 통상국가로, 글로벌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의 거점으로 한국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 네트워크는 ‘투자망’으로, 글로벌 기업은 ‘세계적 기업’, 글로벌 시장 역시 ‘세계 시장’ 등으로 바꿔 써도 무방하다.

제44차 국제표준화기구(ISO) 총회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차기 회장으로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가 선출되자, 방미 중인 윤 대통령은 전화를 걸어 “우리나라가 첨단기술의 ‘룰 메이커’(rule maker)로 도약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고 당선 축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룰 메이커보다 ‘시장 선도자’가 더 와닿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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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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