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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봄날, 내 가슴 흔드는 감칠맛 [이미경의 슬기로운 집밥 생활]

나른한 봄날, 내 가슴 흔드는 감칠맛 [이미경의 슬기로운 집밥 생활]

입력 2022-03-31 17:22
업데이트 2022-04-0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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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 삼겹살 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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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처럼 살랑 내 가슴을 또 흔드는 사람, 언제나 나에게 그대는 봄이야.’ 좋아하는 유행가의 한 소절이다. 꽃은 피고 봄볕은 따사롭고 봄바람이 마음속까지 스며드니 내 가슴을 흔드는 건 사람이 아닌 맛있는 주꾸미다. 봄바람에 흔들리는 마음은 지역 특산물 축제들을 순회하며 맛있는 음식으로 잠재울 수 있는데 올해도 여의치 않다. 주꾸미 축제를 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산지 직송 택배로 대신해 달래 본다.

다리가 8개인 같은 집안의 문어와 낙지는 제사상이나 잔칫상에 오르며 특별 대접을 받아 왔는데, 생긴 것도 비슷하고 맛도 비슷한 주꾸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여러 재료와 뒤섞여 철판 위에서나 만나게 된다. 그러나 동백꽃 필 무렵 주꾸미는 산란기를 앞두고 알이 통통해지면서 대접이 달라진다. 3~4월 주꾸미는 감칠맛이 낙지보다, 쫄깃한 맛은 문어보다 좋아 ‘봄 주꾸미, 가을 낙지’로 지위가 상승한다.

주꾸미는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저칼로리 식재료이자 피로를 해소하고 간 기능을 보호하는 타우린 성분이 풍부해 나른한 봄날에 활력을 더하는 음식이 된다.

봄날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만난 주꾸미를 한번 먹어 볼까. 알이 가득찬 봄 주꾸미는 오독오독 씹히는 알이 밥알 같아서 ‘주꾸미 쌀밥’이라고도 한다. 끓는 물에 주꾸미를 통째로 익힌 후 주꾸미 쌀밥을 초간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시원하게 우러난 국물에 각종 채소를 익혀 먹고 더 진하게 남은 국물로는 죽이나 국수를 끓여 먹으면 주꾸미 첫 번째 요리가 깔끔하게 끝난다. 고추장 양념에 볶는 주꾸미는 선택이 아닌 필수. 채소들과 함께 볶고, 삼겹살과 섞어서 볶고, 숯불 위에서 볶는다. 제대로 볶는 주꾸미 볶음이 두 번째 요리다. 상큼한 주꾸미 맛도 매력적이라 끓는 물에 탱글탱글하게 데쳐서 봄나물과 무치거나 샐러드 채소와 섞어 드레싱을 뿌려 먹는 것이 세 번째 요리다. 그다음 네 번째, 다섯 번째 주꾸미 요리도 봄에는 계속된다.

우리 집 밥상의 선택은 매콤하면서 쫄깃한 주꾸미 삼겹살 볶음이다. 주꾸미의 타우린 성분이 돼지고기의 콜레스테롤을 중화해 주는 역할을 해 봄날 찰떡궁합의 푸짐한 건강 밥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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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주꾸미 8마리, 대패 삼겹살 200g, 양파 4분의1개, 대파 1대, 식용유·고추기름 1큰술, 통깨 약간

양념장:고추장·물엿 2큰술, 고춧가루 1.5큰술, 다진마늘·간장 1큰술, 설탕 2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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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량의 양념장 재료를 골고루 섞어 대패 삼겹살에 넣고 5분 정도 재운다.
1. 분량의 양념장 재료를 골고루 섞어 대패 삼겹살에 넣고 5분 정도 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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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양파와 대파는 굵게 썬다. 주꾸미는 손질해 먹기 좋게 썬다.
2. 양파와 대파는 굵게 썬다. 주꾸미는 손질해 먹기 좋게 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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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팬을 달구어 식용유와 고추기름을 두르고 주꾸미를 넣어 센 불에 볶는다.
3. 팬을 달구어 식용유와 고추기름을 두르고 주꾸미를 넣어 센 불에 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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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패 삼겹살을 넣어 볶는다.
4. 대패 삼겹살을 넣어 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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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중간 불로 줄이고 양파와 대파를 넣어 더 볶은 다음 통깨를 뿌린다.
5. 중간 불로 줄이고 양파와 대파를 넣어 더 볶은 다음 통깨를 뿌린다.
레시피 한 줄 팁

주꾸미는 개펄에서 잡히는 것으로 빨판에 펄이 있을 수 있어 소금이나 밀가루를 넣고 주물러서 펄을 빼낸다. 소금으로 주물러 씻을 때는 자칫 소금에 절여져 질겨질 수 있으니 소금을 약간만 넣는 게 좋다.
요리연구가·네츄르먼트 대표
2022-04-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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