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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1열] 약해진 발리예바가 4등한 그날 경기장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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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2-02-19 11:53 2022 동계올림픽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중계화면 그 이상의 소식, 올림픽을 1열에서 경험한 생생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카밀라 발리예바가 17일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베이징 연합뉴스

▲ 카밀라 발리예바가 17일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베이징 연합뉴스

1등에서 끝내 4등으로 마친 발리예바의 연기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이번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가장 화제가 된 인물입니다. 처음에는 좋은 쪽으로였고, 이후에는 한없이 나쁜 쪽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이 선수를 둘러싼 논란이 어떤 결말이 나올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경기 면에서는 메달 없이 4등을 한 것으로 끝이 나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논란의 발리예바의 출전이 결정된 날 베이징올림픽 현장에는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느낌이었습니다. 전 세계 취재진의 이목이 쏠렸고, 정말 많은 이가 경기장을 찾았는데요. 대회도 마무리되는 시점인지라 취재 열기 역시 굉장히 뜨거웠습니다. (참고 기사 : [올림픽 1열] 발리예바가 출전한다고? 그 시각 베이징은)
발리예바의 경기를 촬영하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사진기자가 현장을 찾아 발리예바를 담고 있는 모습. 베이징 류재민 기자

▲ 발리예바의 경기를 촬영하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사진기자가 현장을 찾아 발리예바를 담고 있는 모습. 베이징 류재민 기자

발리예바의 출전 여파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침묵의 해설도 있었고, 피겨여왕 김연아(32)가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도 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피겨 선수들도 발리예바의 출전에 분노했습니다. 정작 현장에서 분위기는 달랐지만.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한 발리예바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발리예바답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였습니다. 많이 보셨겠지만 착지도 실패한 것은 물론 넘어지는 모습까지 보였고 예상 밖의 경기력에 관중석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넘어지는 발리예바. 베이징 연합뉴스

▲ 넘어지는 발리예바. 베이징 연합뉴스

발리예바의 이날 경기가 특히 더 관심을 끌었던 것은 시상식 때문입니다. 피겨 단체전은 발리예바의 활약으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가 우승했지만 도핑 논란으로 시상식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미국과 일본으로선 괜한 피해를 받게 된 셈인데, 싱글에서도 발리예바가 입상하면 시상식이 열리지 않기로 예정된 상태였습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44.51점, 예술점수(PCS) 37.65점을 받아 총점 82.16점으로 1위를 했던 발리예바. 기술이 워낙 남달랐던 만큼 우승을 할 것이란 전망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발리예바는 의외로 시작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계속 넘어지고 휘청거리면서도 ‘그래도 3위 안에는 들지 않을까?’란 전망이 있던 것도 사실입니다. 과연 시상식이 열릴 것인가 안 열릴 것인가, 4등을 한 선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도 따라왔습니다. 발리예바가 나서기 전 5위였던 유영(18·수리고)을 두고 “사실상 톱5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진지한 고민과 함께.
끝내 4등으로 마친 발리예바. 베이징 류재민 기자

▲ 끝내 4등으로 마친 발리예바. 베이징 류재민 기자

키스 앤드 크라이존에서 눈물을 멈추지 않던 발리예바의 성적은 4위. 경기장에서는 짧은 탄식이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우려와 달리 시상식은 무사히 열리게 됩니다.

뜨거웠던 러시아의 응원과 미국 선수단의 퇴장

중계로는 발리예바를 보이콧했는데 경기장에서는 어땠을까요. 야유가 쏟아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의외로 경기장에서는 뜨거운 응원이 펼쳐졌습니다. ROC 선수단과 러시아 사람들의 발리예바에게 응원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발리예바가 등장하자 ROC 선수단은 기립박수로 발리예바를 응원합니다. 허용된 인원만 입장할 수 있는 관중석에서도 소수의 러시아 응원단이 보였습니다. 그들은 러시아 깃발을 흔들며 발리예바를 응원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현장에서도 당황한 것은 물론입니다. ROC 응원단이 여기저기 퍼져 있다 보니 마치 관중석 전체가 응원을 보내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발리예바의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응원하는 러시아 관중. 베이징 류재민 기자

▲ 발리예바의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응원하는 러시아 관중. 베이징 류재민 기자

발리예바를 응원하는 ROC 선수단. 베이징 류재민 기자

▲ 발리예바를 응원하는 ROC 선수단. 베이징 류재민 기자

이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더 심해집니다. 쇼트프로그램 때보다 더 많은 응원이 쏟아졌고, 발리예바에게 곳곳에서 러시아어로 “힘내”라는 말도 크게 들렸습니다. 대회 내내 자국 선수들이 활약할 때면 가장 목소리가 컸던 중국 관중의 응원보다 더 목소리가 컸던 건 이때가 유일했습니다.

꼭 ROC 응원단만 활약한 것은 아닙니다. 우방국인 중국의 일부 관중도 발리예바에게 박수를 보냈고, 발리예바를 응원하는 일부 다른 나라 관계자들도 발리예바에게 응원을 보냈습니다.

다만 한 가지 극명하게 반응이 달랐던 나라는 미국입니다. 미국 선수단은 프리스케이팅에서 미국 선수들의 경기가 노메달로 진작에 확정되고 끝났음에도 계속 경기를 지켜보다가 발리예바가 등장하자 일제히 퇴장했습니다. 발리예바가 봤을지는 모르겠지만 무언의 항의였으리라 생각됩니다.
퇴장하는 미국 선수단. 베이징 류재민 기자

▲ 퇴장하는 미국 선수단. 베이징 류재민 기자

한없이 약했던 발리예바와 냉정한 투트베리제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눈물을 쏟아내는 것은 흔한 장면입니다. 쇼트트랙 1000m에서 최민정(24·성남시청)이 그랬고, 발리예바에 앞서 연기를 마친 유영도 그랬습니다.

쇼트프로그램이 끝나고 무덤덤했던 발리예바도 프리스케이팅이 끝나고는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출전을 감행하면서 전 세계의 비난이 쏟아졌기에 맺힌 것이 많았겠지만, 차라리 출전을 안 했더라면 본인에게도 더 이롭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발리예바가 경기를 마치고 코치진과 함께 들어오는 모습. 베이징 류재민 기자

▲ 발리예바가 경기를 마치고 코치진과 함께 들어오는 모습. 베이징 류재민 기자

선수가 눈물을 보이며 들어올 땐 “수고했어 괜찮아”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에테리 투트베리제(48) 코치는 달랐습니다. 발리예바의 경기를 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그는 “왜 경기를 제대로 못 했느냐”고 다그칩니다. 발리예바 역시 투트베리제의 눈을 외면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러시아 피겨의 황금기를 이끄는 투트베리제 코치는 이번 일을 계기로 독한 지도방식이 더 화제가 된 인물입니다. 어린 소녀들을 가혹하게 가르치고,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곧바로 다른 선수로 갈아치우는 방식이 ‘아동학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발리예바 측에서 심장약을 먹는 할아버지의 영향이라고 주장하는 약물 논란도 배후에는 그가 있을 것이란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역시 투트베리제 코치를 저격했는데요. 바흐 위원장은 1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리예바를 냉대하는 장면은 소름 끼칠 정도였다. 위로보다는 무시하는 동작을 읽을 수 있었고, 어떻게 저렇게 냉정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우는 발리예바를 달래주는 관계자들. 베이징 류재민 기자

▲ 우는 발리예바를 달래주는 관계자들. 베이징 류재민 기자

코치에게서 위로받지 못한 발리예바를 위로해 준 건 다른 사람들이었습니다. 최종 4위가 확정된 후 키스 앤드 크라이존을 떠나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으로 향하는 발리예바는 눈물이 좀처럼 멈추지 않았습니다.

해결의 기미가 없는 발리예바 논란

발리예바는 방송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믹스트존에서도 그냥 말없이 지나쳤습니다. 한국 취재진은 유영과 인터뷰를 하고 있었는데, 믹스트존에 있던 그 누구도 발리예바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무사히 경기를 마친 건 다행입니다. 김예림(19·수리고)은 “출전 가능하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가 가장 복잡했다”면서 “그다음부터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무대로 이슈에 휘말리는 게 싫었고 나한테만 집중하려고 했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유영은 “도핑이라는 건 모든 선수가 하면 안 되는 것”이라면서도 “준비하느라 너무 바쁘고 긴장돼서 주변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경기를 다 마치고 풀이 죽은 모습으로 링크를 나서는 발리예바. 베이징 류재민 기자

▲ 경기를 다 마치고 풀이 죽은 모습으로 링크를 나서는 발리예바. 베이징 류재민 기자

그러나 발리예바 도핑 논란이 언제까지 이어지고 어떻게 해결될지는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발리예바 논란은 단순히 발리예바 개인이 약물을 복용한 문제로만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선은 피겨 단체전에서 미국과 일본의 메달 수여 여부가 남아 있고, 조직적인 도핑으로 문제를 일으킨 러시아, 눈 하나 꿈쩍 안 하던 투트베리제의 거취 문제도 있습니다. 도핑 스캔들 당시 아주 당당한 태도를 보였던 러시아가 이번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발리예바처럼 어린 나이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문제까지 사안이 복잡합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역시 ‘대회 직전 7월 기준 만 15세’인 시니어 국제대회 출전 규정을 만 17세로 기준을 올릴 계획이라고 18일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발리예바가 16세 이하라는 이유로 올림픽 출전이 이뤄진 문제도 있고, 아직 몸이 성숙하기 전 쿼드러플(4회전) 점프 등을 위해 어린 선수들이 지나치게 혹사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이번에 해결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같은 문제가 발생할 테고,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선수들은 계속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든 해결이 돼야 하는 문제인데, 참 난감한 일입니다.

베이징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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