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다 빼먹은 전기차 보조금... “내년에나 살 수 있겠죠”

테슬라가 다 빼먹은 전기차 보조금... “내년에나 살 수 있겠죠”

이영준 기자
이영준 기자
입력 2021-04-20 22:16
수정 2021-04-29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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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 수요에 정책·생산량 못 따라가
테슬라 1분기 독식… 올 보조금 접수 끝나
서울·부산 아이오닉5·EV6 살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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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P 연합뉴스
“아이오닉5 올해는 끝났습니다. 구매 보조금 1200만원 못 받습니다. 내년에나 살 수 있겠죠.”(현대자동차 영업지점 관계자)

20일 서울의 한 현대차 지점에 전기차 아이오닉5 구매 문의를 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보조금이 이미 동났기 때문에 신규 계약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었다. 현대차가 지난 19일부터 시작한 본계약은 사전계약자만을 대상으로 했다. 아이오닉5가 출시되기도 전에 살 수 없는 차가 돼 버린 것이다. 전기차 구매 고객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정부 보조금 정책과 생산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올해를 전기차 시대 원년으로 삼겠다는 현대차의 계획도 무색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전기 승용차 7만 5000대에 보조금(대당 1100만~19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전기차 등록 대수 3만 1000여대보다 2배 이상 많게 책정했다. 하지만 전국 지자체가 지방비로 편성한 예산은 4만 5814대분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아이오닉5는 사전계약에서 4만대를 돌파했고, 기아 EV6는 3만대에 육박했다. 일찌감치 사전계약한 사람도 절반 가까이 보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 영업지점 관계자는 “1000만원이 넘는 보조금을 포기하고 전기차를 살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사전계약이 대거 취소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서울과 부산에서는 아이오닉5와 EV6를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환경부 저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전기차 5067대 가운데 이미 4445대(87.7%)가 접수를 끝냈다. 남은 622대와 법인·기관의 초과분을 더한 858대는 이미 사전계약자 몫이다. 부산에서는 2301대 가운데 1501대(64.8%)가 접수를 마쳤다. 벌써 바닥이 보이는 보조금은 올해 상반기에 동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테슬라가 1분기에 보조금을 독식한 결과다. 테슬라가 1분기에 판매 계약한 3200여대 가운데 1100여대가 서울시 보조금을 챙겨 갔다. 부산에서는 테슬라 530대가 올해 시 보조금의 약 25%를 1분기에 휩쓸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가 전기차 수요 예측에 실패했고,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 편중된 전기차 인프라를 고려하지 못했다”면서 “서울 사람이 전기차를 사려고 전남 영광군까지 찾아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방식을 ‘선착순’에서 ‘분기 할당제’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현대차·기아를 위한 특혜 논란으로 번질 수 있어 당장 제도 개선은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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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2021-04-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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