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자기 관리’라는 말이 성행한다. 순기능도 많지만, 기실 자기만족을 위한 ‘계발’의 영역인지 남의 시선을 의식한 ‘자기 검열’의 의미인지 헷갈릴 때도 많다. 특히 외모에 관해서는. 박상영 작가의 에세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한겨레출판)는 매번 ‘오늘 밤은 굶고 자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자 실패기이며 비만인을 보는 세상의 편견을 향한 사자후다. 우리가 칭찬이랍시고 뚱뚱한 사람에게 시전하는 “긁지 않은 복권”이라는 말은 그 얼마나 폭력적인가. 사랑하는 이를 향한 저 같은 언행도 폭력에 다름 아닌데, 폭력을 사랑으로 되받아치는 작가의 도량이 그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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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5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