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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제가 봉쇄보다 어렵다… ‘코로나 출구’ 헤매는 지구촌

해제가 봉쇄보다 어렵다… ‘코로나 출구’ 헤매는 지구촌

이경주 기자
이경주, 이기철, 안석 기자
입력 2020-04-13 23:52
업데이트 2020-04-14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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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다음의 일상 ‘뉴노멀’ 찾아라

13일 유네스코에 따르면 전 세계 192개국이 휴교를 유지할 정도로 ‘코로나19 봉쇄령’이 대세인 가운데 중국, 유럽, 미국 등 세 곳의 봉쇄령 해제 방식에 눈길이 쏠린다. 전 세계 확진자가 18만명을 넘었지만 증가 속도 자체는 지역에 따라 둔화되는 상황에 이들의 접근법이 선례가 될 수 있어서다. 이미 봉쇄를 해제한 중국은 ‘확진자 재발생’ 역효과가 나타났고, 유럽은 업종·지역별로 조심스레 단계적 해제에 착수 중이다. 미국은 경제침체 방어를 위한 조기 해제와 방역 강화 주장이 팽팽히 맞서 ‘딜레마’에 빠진 양상이다.
세계 각국의 언어로 ‘희망’ 전한 예수상
세계 각국의 언어로 ‘희망’ 전한 예수상 부활절인 12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상징인 예수상에 대표적인 코로나19 감염국의 국기와 함께 해당 국가 언어로 ‘희망’을 의미하는 글자가 비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인류를 응원하려는 의도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국, 미국, 중국, 이탈리아, 의사 가운(글자는 브라질어로 ‘고맙습니다’), 프랑스. 다만 한국어는 ‘희망’ 대신 ‘기대’라고 귀여운(?) 직역을 했다.
리우데자네이루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해제”vs 전문가들 “유지”… 딜레마에 빠진 美

트럼프 “새달 1일 경제 재개” 밝혀 논란
바이든 “소통 못하면 재앙 온다” 지적
美전문가도 “감염 확산 우려” 잇단 경고

부활절(4월 12일)에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조기 해제하려다 코로나19 악화로 미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5월 1일 경제재개 의지’를 밝혔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56만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황에서 국민 생명을 담보로 경제와 방역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을 안전하게 다시 여는 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우선 당면한 의료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광범위한 백신 투여로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고 최전선에서 필요한 물자·장비를 공급해야 한다”며 “미국을 다시 열 준비를 할 때, 정부가 소통하지 못하면 재앙이 온다는 이번 위기의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5월 경제정상화 언급을 준비 없는 희망으로 치부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경제활동 재개 판단 근거에 대해 “많은 사실과 많은 본능”이라고 답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12일 CNN 인터뷰에서 “(경제재개가) 어떤 면에서는 다음달에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가을과 이른 겨울에 (코로나19) 재발을 볼 가능성은 항상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대 보건계량분석평가연구소(IHME)의 크리스토퍼 머리 소장도 CBS 인터뷰에서 5월 경제활동 재개 시 “제2의 물결이 7월이나 8월에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고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는 “불에 휘발유를 뿌리는 것이 아닌가 싶어 두렵다”고 말했다.

경제를 우선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 스웨덴에서 실패한 집단면역까지 검토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이날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코로나19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가 그냥 미국을 지나가도록 하면 안 되냐”는 취지의 언급을 했고 파우치 소장이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반대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 식품의약국(FDA)의 스티븐 한 국장은 ABC방송에서 “우리는 그 목표(5월 경제재개)에 대해 희망적”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 말하기에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우리는 터널의 끝에서 빛을 본다. 모델들은 우리가 정점에 매우 가깝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한국시간 13일 오후 4시 기준)는 56만 300명, 사망자는 2만 2105명으로 모두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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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히 공장 문열자 신규 확진 108명 급증… ‘과속 해제’ 탈난 中

코로나19가 진정세로 돌아선 중국에서 기업들이 조업 재개에 돌입한 지난 12일 신규 확진자가 108명 나왔다. 개장한 상업 시설을 찾은 손님은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소비 촉진을 통한 경제 활력 정책에 차질이 예상된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2일 하루 동안 중국 본토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08명, 사망자는 2명 발생했다고 13일 밝혔다. 확진자들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헤이룽장성 7명, 무역 관문인 광둥성 3명을 빼면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사례였다. 신규 사망자 2명은 후베이성에서 나왔다. 이로써 중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8만 2160명, 사망자는 3341명이 됐다. 이날 해외에서 들어온 확진자 98명이 추가돼 역유입 확진자는 1378명으로 늘었다. 중국 당국이 공식적 통계로 잡지 않는 무증상 감염자도 하루 새 61명 늘어 모두 1064명이 됐다.

확진자 둔화에 상업 시설이 속속 재개장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음식점 약 80%, 상업시설 90% 이상이 문을 열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와 매체 발표에 의구심을 품은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상점을 찾는 것은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인근의 대규모 쇼핑가에 입점한 명품 브랜드는 개장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 상하이 주민은 “일이 끝나면 집으로 바로 가지, 외식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상하이의 카르푸 식료품점 직원은 “손님이 와도 특별 할인이 아니면 아무것도 사지 않는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이미 실직했거나 실직 우려가 있는 이들이 ‘절약 모드’에 들어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진원지’ 오명을 지우려는 중국이 관련 연구 논문에 대한 검열을 강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CNN은 코로나19 연구 논문을 엄격하게 관리할 것이라는 중국 교육부의 지침이 일부 대학 웹사이트에 올랐다가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지침에 따르면 특히 바이러스 기원에 관한 논문은 특별 심사와 정부 승인을 받아야만 출간할 수 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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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상점 문열고 교실서도 거리두기… ‘단계적 해제’ 유럽

유럽 일부 국가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이동금지령 등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잇따라 나선다. 섣부른 해제라는 일각의 우려 속에 향후 감염 확산 위험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2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오스트리아가 14일부터 일부 상점 등의 영업을 재개토록 하고, 덴마크에서는 15일부터 초등학교와 유치원 등이 개학하는 등 단계적으로 봉쇄령을 완화한다. 노르웨이, 체코 등도 이번 주를 전후로 자국 내 봉쇄 조치를 일부 완화한다. 스페인도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건설업 등 일부 업종에 대해 13일부터 활동 제한을 풀었다. 상황은 심각하지만 경제활동이 마비된 현재 상태를 이대로 놔둘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코로나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이들 국가는 대체로 유럽에서 비교적 빨리 봉쇄 조치를 실시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덴마크와 체코의 경우 사태 초기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먼저 국경을 폐쇄한 국가들이었다고 전했다. 당시 발빠른 조치로 이들은 그나마 감염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날 현재 덴마크의 코로나19 확진자는 6174명, 오스트리아 6322명, 체코 5991명 등으로 10만명대를 넘어선 EU 주요 국가들과 비교하면 그나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광풍을 피한 셈이다.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통제 가능한 수준이고, 경제활동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라는 판단 아래 해제 수순에 들어갔지만, 그럼에도 안팎에서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장 일선 학교의 학업을 재개하는 국가에서는 학부모와 교사들이 감염 위험이 사라지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덴마크는 교실에서 일정 거리를 두고 학생들을 앉도록 하는 등 감염 예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아이들을 코로나19의 ‘실험용 생쥐’로 삼느냐”는 학부모들의 걱정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BBC는 “해제가 봉쇄보다 더 까다로울 수 있다”며 해제 조치에 나선 이들 국가의 고민을 전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20-04-1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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