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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빠져드는 ‘부부의 세계’…불륜 드라마도 진화한다

점점 빠져드는 ‘부부의 세계’…불륜 드라마도 진화한다

김지예 기자
김지예 기자
입력 2020-04-13 15:44
업데이트 2020-04-1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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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부부의 세계’ 열풍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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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속 지선우(김희애 분)가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이후 복수의 과정은 촘촘한 심리 묘사를 통해 설득력을 얻는다. jtbc 제공
‘부부의 세계’속 지선우(김희애 분)가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이후 복수의 과정은 촘촘한 심리 묘사를 통해 설득력을 얻는다. jtbc 제공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11일 방송 6회 만에 시청률 18.8%(닐슨코리아 기준)로 20%를 눈앞에 뒀다. 이혼으로 끝나는 듯했던 부부의 연은 남편 이태오(박해준 분)가 지선우(김희애 분)에 대한 복수를 예고하며 2막으로 접어들었다. 심리 스릴러에 가까운 긴장감으로 기존 불륜 드라마와의 차별화에 성공한 ‘부부의 세계’는 시대에 따라 변화해 온 불륜 드라마의 흡인력을 보여주고 있다.

섬세함과 긴장감, 심리 스릴러 만들다
‘부부의 세계’는 2015년과 2017년 방영된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했다. 원작은 주인공 제마 포스터의 심리를 따라 휘몰아치는 전개로 당시 영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시즌1은 951만명, 시즌2는 1020만명의 평균 시청자를 기록해 ‘그해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로 꼽혔다.

원작이 50분씩 총 10부작으로 이뤄진 데 비해 ‘부부의 세계’는 16부작으로 전체 분량이 늘었다. 이 때문에 원작의 밀도를 담아내지 못하리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그 공간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와 심리 묘사로 채워 넣으며 개연성을 얻었다. 특히 머리카락 한 올에서 시작해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기까지 김희애의 섬세한 연기, 긴장감을 극대화한 연출은 ‘막장 드라마’가 아닌 심리극을 만들어 낸다.
‘부부의 세계’의 1막이 지선우(김희애 분)의 복수를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2막에선 이태오(박해준 분)의 복수가 펼쳐질 전망이다. jtbc 제공
‘부부의 세계’의 1막이 지선우(김희애 분)의 복수를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2막에선 이태오(박해준 분)의 복수가 펼쳐질 전망이다. jtbc 제공
불륜의 전말과 함께 학연·지연으로 얽힌 고산시 주민들 사이의 권력관계와 이들의 묵인이 밝혀지는 과정도 몰입을 높인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작은 의심에서 부터 심적 고통, 복수로 가는 감정 변화가 촘촘하게 그려져 불륜극의 표피적 자극을 벗어났다”면서 “불륜을 통해 주변 인물의 권력관계까지 실체가 드러나는 부분이 흥미를 키우는 지점”이라고 분석했다.

원작보다 상류층으로 묘사되는 점도 겉만 번지르르한 부부 사이의 속내와 위선을 드러낸다. 특히 데이트 폭력을 겪는 하층민 여성이 지선우를 돕는다는 점은 계층이 전혀 다른 두 여성의 비슷한 현실과 그로 인한 연대를 보여준다는 평도 나온다.

시대 따라 변한 ‘불륜극의 매력’
심리와 상황을 극대화한 ‘부부의 세계’가 보여주듯 불륜 드라마들은 사회상을 반영하며 변화해 왔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명확한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하고 캐릭터 역시 전업주부와 매력적 여성의 대립으로 도식화 됐다. 결론도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 드라마 ‘애인’(1996) 등을 거친 2000년대에는 개인의 욕망과 정체성, 감정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내 남자의 여자‘(2007), ‘아내의 유혹’(2009) 등 욕망을 중심에 두거나, ‘따뜻한 말 한마디’(2013), ‘공항가는 길’(2016) 등 상황과 심리에 주목하면서 공감을 얻었다. ‘부부의 세계’ 속 지선우가 남편을 비난하면서도 자신도 불륜을 복수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처럼, 불륜 자체도 가치 중립적으로 달라졌다.
‘내 남자의 여자’(2009·왼쪽)와 ‘따뜻한 말 한마디’(2013)는 불륜이 드러내는 욕망과 상황을 자세히 보여주며 공감을 얻었다. SBS 제공
‘내 남자의 여자’(2009·왼쪽)와 ‘따뜻한 말 한마디’(2013)는 불륜이 드러내는 욕망과 상황을 자세히 보여주며 공감을 얻었다. SBS 제공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과거 드라마에 비해 최근에는 점차 바람을 피운 사람들이 이유와 배경을 갖게 됐고 인간의 감정 묘사도 강해졌다”면서 “단순한 권선징악이나 희망적, 이상적 결론에 이르지 않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선우는 여성의 달라진 사회적 지위가 드러난 캐릭터로, 불륜을 처리하는 과정 역시 훨씬 계산적이고 치밀해진 점도 이전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불륜 드라마의 생명력은 현대 가족의 변화와 그 의미를 묻는다는 데에도 존재한다. 약화되는 가족 제도와 개인 욕망의 충돌의 장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정 평론가는 “불륜은 하나의 소재이지만 가장 기본적인 사회 구성 단위인 가족부터 사회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며 “‘밀회’에서도 불륜을 통해 상류층의 민낯 등 여러 이야기를 끌어냈듯, 사회극으로 확장할 수 있는 요소들도 불륜극이 통상적인 이야기로 끝나지 않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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