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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평·몸평 없는 여성 예능, MSG 빼도 꿀잼 터졌다

얼평·몸평 없는 여성 예능, MSG 빼도 꿀잼 터졌다

김지예 기자
김지예 기자
입력 2020-03-02 17:56
업데이트 2020-03-0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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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그노가 만든 유튜브 방송 ‘뉴토피아’

시작 3주만에 누적 조회 40만
출연자·제작진 100% 여성
캐릭터·개성만으로 재미 만들어
“불편하지 않은 예능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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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미디어 콘텐츠 그룹 소그노가 ‘전에 없던 여성 예능’을 표방하며 지난달 9일부터 선보인 유튜브 콘텐츠 ‘뉴토피아’의 출연진. 다양한 캐릭터와 역할을 소화하는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 새롭다.  소그노 제공
여성 미디어 콘텐츠 그룹 소그노가 ‘전에 없던 여성 예능’을 표방하며 지난달 9일부터 선보인 유튜브 콘텐츠 ‘뉴토피아’의 출연진. 다양한 캐릭터와 역할을 소화하는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 새롭다.
소그노 제공
“오랜만에 마음 편하게, 건강하게 웃었어요.”

여성 미디어 콘텐츠 채널을 표방하는 ‘소그노’가 만든 유튜브 방송 ‘뉴토피아’에 가장 많이 붙은 댓글들이다. ‘뉴’(새롭다)와 ‘유토피아’의 합성어인 이 채널은 오픈 3주 만에 누적 조회수 40만회를 넘으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소셜캠퍼스 온 사무실에서 만난 제작진 김은하(27), 이혜지(26), 오지혜(24)씨는 “예상 밖의 반응에 얼떨떨하다”며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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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제작과 소그노 법인 이사를 겸하고 있는 이혜지(왼쪽부터), 기획 및 촬영 등을 도맡는 오지혜, 기획자이자 출연자인 김은하씨.
콘텐츠 제작과 소그노 법인 이사를 겸하고 있는 이혜지(왼쪽부터), 기획 및 촬영 등을 도맡는 오지혜, 기획자이자 출연자인 김은하씨.
이탈리아어로 꿈을 뜻하는 ‘소그노’(sogno)는 콘텐츠 제작의 꿈을 가진 여성 10명이 2017년 11월 모여 시작한 유튜브 채널 겸 예비 사회적기업의 이름이다. 미디어 업계에 여성 취업이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제작하자”고 의기투합했다. 각자 자유롭게 기획안을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 2018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각종 사회 이슈와 미디어 업계 성차별 등을 다룬 ‘다큐모멘터리’, 현대판 전래동화 ‘허휘슬전’, 예능과 토크쇼를 넘나드는 ‘하와수’, ‘현생술집’이 꾸준히 마니아를 형성했다.

출연진과 제작진이 100% 여성인 콘텐츠들은 “재밌지만 불편하지 않다”는 평가가 지속적으로 올라온다. 구독자 13만명의 유명 유튜버 ‘하말넘많’의 서솔과 강민지, 지컨 등이 ‘뉴토피아’ 출연자로 참여했다. 새로운 예능 콘텐츠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해 선뜻 합류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4회 방송분까지 출연자 8명은 다양한 게임을 통해 악기를 획득한 뒤 음악을 연주하는 미션을 수행했다. 처음 만난 이들은 수다를 떨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가 팀을 나눈 축구 경기, 초성 게임과 밥먹기 미션 등을 하며 경쟁심을 불태우기도 한다.

어떤 방송에도 기존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녀’, ‘○○여신’ 등의 표현은 물론 ‘얼평’(얼굴 평가)이나 ‘몸평’(몸매 평가), 출연자의 애교, 성차별적 발언은 나오지 않는다. 각 출연자만의 개성과 캐릭터만으로도 웃음이 터진다. 1만명이던 구독자는 ‘뉴토피아’ 시작 후 5배 이상 상승해 5만 7000명을 넘었다. 지혜씨는 “그동안 봐 온 여러 예능의 출연자들은 늘 남성이었고, 그 안에서 소수인 여성 출연자들은 주체가 아닌 이야기의 대상이 될 뿐이었다”며 “이걸 보고 불편하게 느끼는 시청자들의 갈증이 뉴토피아를 통해 해소된 것 같다”는 분석을 덧댔다.
1일 공개된 뉴토피아 4회 ‘여자들의 축구’ 편. 유튜브 캡처
1일 공개된 뉴토피아 4회 ‘여자들의 축구’ 편. 유튜브 캡처
콘텐츠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재미’다. 제작진이자 출연자인 은하씨는 “머리가 짧은 여성들만 나온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상징성이 있다”며 “방송의 첫 번째 목적은 늘 재미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혜씨는 “한 가지 이슈에도 여성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고 우리 팀 내부도 그렇다”면서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이든 편하게 마음껏 웃을 수 있도록 만들려 한다”고 덧붙였다.

본업과 크리에이터를 병행하는 이들은 지속 가능한 제작을 위해 사회적기업 설립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여성가족부 예비사회적기업에 선정됐고, 올해는 성평등 강사들을 위한 교육 콘텐츠 제작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당연하게 여겨지던 고정관념을 조금씩 바꿔 나가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글 사진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2020-03-03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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