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난한 동네엔 ‘붉은 물’이 흐른다

입력 : ㅣ 수정 : 2020-01-1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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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수돗물 대해부] 민원 최다 대구 통해 본 ‘수질 빈부차’
가구당 연평균 소득 4000만원 이하 지역
30년 이상 노후관 최대 밀집지역과 유사
수질 관련 민원도 206건으로 가장 많아
소득 6500만원 고소득지역 민원 35건뿐
대구의 한 상수관 배관 전문업체가 12일 서울신문에 제공한 녹슨 상수관로 사진. 해당 관은 지난해 실제 대구 지역에 묻혀 있다가 녹물 민원 등이 제기돼 교체한 녹슨 상수관이다. 맨 오른쪽 사진은 지난해 대구 북구 산격동에서 이물질이 나온다는 민원이 제기돼 현장에서 받은 수돗물 모습. 독자 제공

▲ 대구의 한 상수관 배관 전문업체가 12일 서울신문에 제공한 녹슨 상수관로 사진. 해당 관은 지난해 실제 대구 지역에 묻혀 있다가 녹물 민원 등이 제기돼 교체한 녹슨 상수관이다. 맨 오른쪽 사진은 지난해 대구 북구 산격동에서 이물질이 나온다는 민원이 제기돼 현장에서 받은 수돗물 모습.
독자 제공

매설된 지 30년 이상 된 노후 급수관 밀집 지역에 소위 ‘붉은 수돗물’이 자주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급수관이 묻힌 구체적 위치와 수질민원 장소를 교차시켜 분석한 결과다. 아울러 이 지역은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낙후된 동네였다. 비좁은 골목, 오래되고 낡은 건물에 산다는 건 수돗물조차 안심하고 마실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역으로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잘 정비되고 세련된 도시에는 적수가 드물게 나타났다. 그렇게 적수도 빈부를 구분했다. 붉은 수돗물의 원인과 결과를 지리적 분석으로 따져 본 것은 언론사 가운데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신문은 12일 17개 특별·광역 시도 가운데 수질민원이 가장 많은 대구시를 대상으로 수질민원의 분포를 분석했다. 수질민원이 제기된 구체적 장소와 매설 연수가 30년 이상 된 노후 급수관의 위치 정보를 교차 분석했다. 이를 위해 30년 이상 노후 급수관 데이터 2만 2122개(매설 연장 21만 6962m)와 2016~2019년 7월까지 수질민원 5896개의 구체적 위치 정보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했다. 그리고 지리정보시스템(GIS) 분석 전문 업체인 ‘비즈 GIS’의 도움을 받아 확보한 위치 데이터를 지도에 일일이 표시해 밀집도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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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놓고 보면 수질민원·노후관·저소득 지역을 의미하는 지표가 대구시 지도 내에서 유사하게 나타났다. 노후 급수관이 모여 있는 곳에 수질민원이 밀집해 있었다. 가구당 연평균 소득하위 4000만원 이하의 시민들이 많이 모여 있는 지역과 유사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대구시 서구였다. 특히 비산1동 주민센터 인근을 중심으로 수질민원과 노후 급수관이 몰려 있었다. 비즈 GIS의 도움을 받아 대구시 내 반경 0.6㎞(면적 1.13㎦) 원 안의 수질민원이 가장 많은 곳을 계산했다. 그 결과 비산1동 주민센터 인근 반경 0.6㎞ 지역의 수질민원이 총 206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 지역 내 노후 급수관은 총 684개였다. 이 지역의 가구당 연평균 소득은 4141만원이었다.

똑같은 기준으로 대구시 내에서 노후 급수관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을 분석했다. 그 결과 비산1동 주민센터에서 약 300m 떨어진 비산6동 공영주차장(4219만원) 지역(반경 0.6㎞의 원)으로 나타났다. 이 구역 내 노후 상수관은 877개였으며, 수질민원은 181건이었다. 이에 반해 대구시 내 연평균 소득이 가장 높은 지역인 수성구 대구은행역 반경 0.6㎞(6500만원)의 원 구역에는 수질민원이 35건에 그쳤다. 수질민원이 가장 많은 곳(197건)의 17.8% 수준인 셈이다. 노후 급수관 역시 150개로 가장 많은 곳(896개)의 16.7% 수준이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20-01-1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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