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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주차대행원 “5평짜리 휴게실 난방도 안돼”

백화점 주차대행원 “5평짜리 휴게실 난방도 안돼”

신성은 기자
입력 2019-12-01 10:13
업데이트 2019-12-0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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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대형백화점 주차대행원 휴게실 내부에서 주차요원들이 휴식하고 있다. 강남 대형백화점에서 ‘발레파킹’ 요원으로 1년 넘게 근무한 민형배(가명)씨는 지난달 28일 기자와 만나 “추운 날씨에 2시간 동안 야외에서 벌벌 떨며 일하다 잠시 쉬러 들어 온 휴게실이 너무 열악하다”고 하소연했다. 2019.12.1  연합뉴스
강남 대형백화점 주차대행원 휴게실 내부에서 주차요원들이 휴식하고 있다. 강남 대형백화점에서 ‘발레파킹’ 요원으로 1년 넘게 근무한 민형배(가명)씨는 지난달 28일 기자와 만나 “추운 날씨에 2시간 동안 야외에서 벌벌 떨며 일하다 잠시 쉬러 들어 온 휴게실이 너무 열악하다”고 하소연했다. 2019.12.1
연합뉴스
“올 초 갑자기 40명을 증원하는 바람에 직원이 80명을 넘었지만 휴게실은 5평 그대로예요. 비좁은 데다 난방까지 고장 나 바닥에 패딩을 깐 채 바짝 붙어 누워야 해요.”

강남 대형백화점에서 ‘발레파킹’(valet parking·주차대행) 요원으로 1년 넘게 근무한 민형배(가명)씨는 지난달 28일 기자와 만나 “추운 날씨에 2시간 동안 야외에서 벌벌 떨며 일하다 잠시 쉬러 들어 온 휴게실이 너무 열악하다”고 하소연했다.

민씨 같은 백화점 주차대행원은 쇼핑 고객의 차를 대신 주차한 뒤 고객이 나갈 때 주차된 차를 가져다주는 일을 한다. 2시간씩 주차대행 업무를 한 뒤 1시간씩 쉬는 일을 3차례 해야 일과가 끝난다.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이나 살을 에는 찬바람이 불어닥치는 겨울에는 야외근무 2시간이 5∼6시간처럼 느껴진다.

민씨는 “여름에는 주차한 뒤 뙤약볕 아래에서 쉼 없이 움직여야 한다”며 “겨울에는 추위를 견디며 밖에서 오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평균 2만보 이상을 걸어야 한다”며 “일부 근무자는 만보기에 3만이라는 숫자가 찍힌 것을 보고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격한 야외 근무환경 때문에 주차대행원에게 휴식 시간은 필수다. 근로계약서에 휴식 시간 1시간이 근무시간으로 책정될 정도다.

그러나 휴식시간에 갈 곳은 마땅치 않다. 게다가 짧은 휴식 후에 다시 근무해야 하므로 회사가 제공하는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게 일반적이다.

민씨가 근무를 교대한 뒤 1시간 동안 쉬는 휴게실 면적은 5평 남짓에 불과하다. 주말이면 20명가량이 한꺼번에 들어가 쉬어야 한다.

열달 전 고객 수요 증가를 고려해 주차대행원을 80여명으로 2배로 늘렸지만 휴게 공간은 확장되지 않았다. 주차대행원들이 휴게 공간을 늘려달라고 관리자에게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건 “나중에”라는 대답뿐이었다고 했다.

인천 백화점에서 일하다 해당 업체로 온 주차대행원 윤승재(가명)씨는 “휴게실 내 냄새가 심해서 환기를 시키려고 해도 여름엔 더운 공기 들어온다고, 겨울엔 날이 추워서 안 된다고 답했다”며 “냄새나고 퀴퀴한 좁은 공간에서 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겨울에는 휴게실 난방조차 되지 않아 더욱더 힘든 상황이다.

휴게실에서 잠시 눈이라도 붙이려면 일할 때 입는 패딩 점퍼를 바닥에 깔고 몸을 웅크린 채 누워야 한다.

난방을 고쳐달라는 호소에도 관리업체는 “기다려라”란 답변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고 한다. 실내 온도가 영상 8도에 불과했지만 전기장판조차 제공되지 않았다.

일부 대행원이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채 난방이 되는 인근 대형 공공시설 대기실에서 쉬곤 했지만 관리자가 눈치채면서 이마저 금지됐다.

열악한 근무환경을 외부에 제보하려 하자 “그런 식으로 하면 휴식 시간을 없앨 수밖에 없다”는 협박성 발언이 돌아왔다는 게 대행원들 주장이다.

고용노동부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는 사업주가 휴게시설의 면적을 노동자 1인당 1㎡, 전체적으로 6㎡ 이상 확보하고 냉·난방과 환기시설을 설치해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도록 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휴식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협박성 발언을 하는 것은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휴식시간을 근무시간에 포함한 만큼 휴식공간도 20명이 적절하게 근무할 수 있을 정도로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무법인 에이치 이정훈 대표는 “휴식 시간은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며 “휴식 시간에 외부에서 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안형석노동법률사무소 안형석 대표는 “‘휴식 시간을 없앨 수 있다’는 발언이 여러 차례 구체적으로 이뤄졌다면 형법상 협박이 될 수도 있다”며 “공익 제보를 했다는 이유로 사업장에서 불이익 등을 주면 별도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리업체 관계자는 “충분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난방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백화점 측은 “내부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달 중으로 휴게실을 넓은 공간으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휴게실이 이전되면 일부에 난방이 되지 않는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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