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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성불평등 심각…10쌍 중 7쌍 이상 “가사일은 아내가”

다문화가정 성불평등 심각…10쌍 중 7쌍 이상 “가사일은 아내가”

김태이 기자
입력 2019-01-23 14:57
업데이트 2019-01-2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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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정책연구원 실태조사 결과

“너무 깜짝 놀랐어요. 남자가 주방에 안 가요. 그건 필리핀에서 같이 하거든요. 근데 왜 또 물까지 달래요? 가서 물 마시면 되는데요?”

“우리 아빠가 음식하고 다 요리하고 엄마 다 도와줘요. 똑같이 일해요. 제가 항상 남편한테 ‘아빠 좀 배워’(라고 하면) ‘나 한국 사람이야, 거기는 베트남 사람이고, 나는 한국 사람이라고, 한국 사람은 그렇게 안 한다고’고 해요. 그렇게 얘기하는데 할 말이 없는 거예요”

다문화가정 내 성 불평등으로 겪는 부부 갈등이 심각하지만 이를 해결할 세부정책은 전무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3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다문화 가족 내 성 불평등 실태와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내 아내가 가사를 전담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가사 항목별로 70∼80%대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중국(한국계 제외), 필리핀, 베트남 출신 아내 500명과 한국인 남편 257명을 대상으로 식사준비, 세탁, 집안청소를 누가 맡고 있는지 설문 조사를 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부부간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조사 대상자 가운데 생활비 지출, 재산 관리에 대한 의사결정을 모두 남편이 한다는 비율이 각각 40.4%, 50.8%였으며 아내가 한다는 비율은 26.8%, 14.6%로 적었다.

성별 경제활동에 대한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 ‘가족의 생계는 남성이 책임져야 한다’에 동의한 비율을 조사한 결과 외국인 출신 아내의 71.6%, 한국인 남편 83.7%가 이 문항에 동의했다.

이에 비해 여성가족부가 전국 4천4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6년 양성평등실태조사에서는 동일한 문항에 동의하는 비율이 여성 37%, 남성 47.4%로훨씬 낮았다.

국제결혼 부부의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한국 부부보다 훨씬 강하게 드러나는 것이라고 보고서는 풀이했다.

보고서는 다문화가족지원법에 명시된 ‘민주적이고 양성 평등한 가족 관계’ 개념을 구체화할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이선 연구위원은 “다문화가족정책기본계획에 다문화 가족 성불평등 문제 해소, 성 평등한 가족 관계 증진에 관한 정책 과제 및 세부조치를 포함해야 한다”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내 성 평등 관련 사업 인력의 역량을 높이고 다양한 서비스와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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