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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전사고 5년 도쿄전력 “일반인 눈높이 이해부족, 반성한다”

<인터뷰> 원전사고 5년 도쿄전력 “일반인 눈높이 이해부족, 반성한다”

입력 2016-03-01 10:38
업데이트 2016-03-0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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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사자인 우리가 괜찮다고 해도 믿지 않을 것…정중하게 설명”

“작업환경 좋지 않아 현장에서 실수…오염수 발생 크게 줄였다”

일본 도쿄전력은 1일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는 소통을 못 했다고 토로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5주년을 앞두고 이뤄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도쿄전력 측은 사고 초기에 현장에서 긴급하게 대응하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동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으며 이런 문제를 줄이도록 차근차근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오염수 위험을 줄이는 등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으나 녹은 핵연료를 모두 회수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다음은 도쿄전력 대변인인 시라이 이사오(白井功) 도쿄전력 원자력·지역본부장대리와의 문답 및 회사측과의 별도 서면 인터뷰 문답 요지.

-- 곧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발생 5주년이다. 그간 도쿄전력의 수습 노력의 성과는.

▲ 2011년 3월 대지진 후 1∼3호기 전력 공급이 끊겨 원자로를 냉각할 수 없었다. 연료가 녹아 수소가 대량 발생하고 폭발로 이어졌다. 현재는 1∼3호기의 원자로에 하루에 300㎥의 물을 주입해 안정된 상태로 냉각 중이다. 사용 후 연료 수조도 대체 냉각 설비를 설치해 안정된 상태다. 또 4호기의 연료는 2014년 12월에 모두 꺼냈다.

2015년 5월 탱크에 저장된 고농도 오염수를 정화설비로 처리하는 작업을 마쳤다. 지하수를 퍼 정화해 배출하는 작업으로 건물에 흘러들어 가는 지하수를 하루 약 150t 정도로 줄였다. 작년 10월에 원전 항만 쪽에 차수벽을 완성해 오염된 지하수의 해양 유출을 줄일 수 있게 됐고 바다의 방사성 물질 농도가 계속 옅어지고 있다.

원전 내 작업 환경도 대폭 개선했다. 사고 직후에는 원전에서 약 20㎞ 떨어진 장소에서 전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원전으로 이동했다. 현재는 원전 부지 내 오염 제거 작업 결과 얼굴을 절반 가리는 마스크, 방진 마스크, 수술용 일회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할 수 있는 곳이 원전 부지 면적의 약 90%로 늘었다. 휴게소를 설치하고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게 했다.

-- 앞으로 과제는.

▲ 우선 1∼3호기 원자로 건물 상부의 사용 후 연료 수조에 남은 연료 다발을 꺼낼 것이다. 다음 과제는 연료 파편을 꺼내는 것이며 2021년에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파편의 양, 위치, 상태 파악을 시도하고 있고 꺼내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폐로(廢爐) 전체 계획으로 보면 연료 파편을 꺼내는 작업이 완료되는 것은 사고 후 30∼40년 후다. 로봇 등을 이용해 오염제거 작업이나 조사를 하고 있다.

--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당시 어려웠던 것은.

▲ 사고 당시 원자로를 계측할 전원조차 공급되지 않아 상태를 모르는 상황에서 중대 사고(severe accident)에 대응해야 했다. 또 여러 원자로에서 대부분의 설비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는 상황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사고에 대응해야 했다.

-- 현재 오염수 현황과 대응 상황은.

▲ 원전 부지 내에 있는 물(오염수)의 총량은 약 86만3천t(1월 29일 기준)이며 여기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의 농도는 각기 다르다. 트리튬을 뺀 모든 방사성 핵종을 제거한 물이 약 60만t(탱크 보관), 스트론튬과 세슘을 제거한 물이 약 16만t(탱크 보관), 원자로 건물이나 터빈 건물 등 건물 내에 있는 고농도 오염수가 약 8만5천t, 원자로 냉각을 위해 주입한 물 약1만8천t 등이다.

오염수에 대응하기 위해 오염원 제거, 물과 오염원의 접촉 차단, 오염수 누수 방지 등 3가지를 기본 방침으로 삼고 있다. 원전 내 탱크에 보관된 오염수는 63가지 방사선 핵종 가운데 트리튬(삼중수소)을 제외한 62가지를 제거할 수 있는 ‘다핵종(多核種)제거설비’(ALPS)나 이동식 스트론튬 제거장치로 처리했다. 탱크 바닥에 남은 물을 제외하고 작년 5월 27일에 정화 처리를 완료했다.

지하수가 오염원에 접근하는 것을 막도록 원전 건물 상류의 지하수를 퍼올려 바다에 배출하는 ‘바이패스’를 실시하고 있다. 건물에 유입돼 오염되는 지하수의 양이 하루 약 400t에서 약 150t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퍼올린 지하수에서 세슘 134, 세슘 137, 트리튬 등의 농도를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마시는 물 기준보다 더 옅어지도록 정화해 방류하고 있다.

지하수의 원전 건물 유입을 막고자 주변 땅을 얼리는 ‘동토차수벽’(凍土遮水壁)‘도 구축할 계획이다.

-- 동토차수벽은 원래 올해 3월 말까지 완성할 계획이었는데 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 오염수 역(逆)유출 우려를 제기했다.

▲ 동토차수벽의 목적은 지하수 유입을 줄여 결국에는 ’제로‘로 만드는 것이다. 제로로 만드는 시점은 2020년으로 계획하고 있고 이 목표를 수정하지는 않았다. 동토차수벽의 운영 시작 시점이 계획보다 1년 정도 늦어지지만, 최종 목표를 향한 작업은 차례로 진행되고 있다.

-- 현재까지 파악된 녹은 연료의 상태는.

▲ 아직 녹은 연료가 어떻게 됐는지 직접 카메라나 영상 등으로 본 적이 없다. 지금 가능한 것 중의 하나는 사고 상태를 분석해 연료가 어느 정도 녹았고 어디까지 퍼져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주선(線) 입자인 ’뮤온(뮤입자)‘을 사용한 조사다. 또 격납 용기에 로봇을 넣어 확인하는 조사를 진행한다.

분석 결과 1호기는 노심에서 거의 녹아내렸고 녹은 연료가 압력용기의 바닥을 뚫고 원자로 격납용기의 바닥에 거의 떨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2·3호기도 녹아내렸고 녹은 비율은 1, 3, 2호기 순으로 많다.

-- 어떻게 꺼내나.

▲ 녹아내린 연료에서는 매우 강한 방사선이 방출되고 있으며 사람이 접근해서 작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로봇 팔이나 크레인 등으로 연료를 꺼낼 계획이다.

-- 잘게 부서진 입자를 로봇 팔로 제거하기 어려울 것 같다.

▲ 아직 거기까지는 방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집을 수 있는 것은 로봇 팔로 꺼내고 더 작은 것은 물과 함께 빨아들일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안전성이나 임계점 등을 고려해 안전 문제를 확인해야 한다.

-- 꺼낸 핵연료는 어디서 어떻게 처리하나.

▲ 일정한 용기에 넣어서 저장하는 방안을 생각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연구 중이다. 미국 쓰리마일 원전 사고 때는 연료가 전부 녹은 것이 아니고 윗부분만 녹았는데 10∼20년 걸려서 꺼냈다. 그런 기술이나 사례를 참고해 필요한 연구를 하고 있다.

-- 연구가 어렵거나 더딘 분야는.

▲ 강한 방사선 때문에 기술 개발을 위한 사전 현장 조사를 충분히 할 수 없다. 어느 정도 현장을 조사하고 ’이럴 것이다‘라는 생각을 토대로 기계나 로봇을 개발하지만, 현장에 적용해보면 예상하지 못한 것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 오염수 우려가 커진 후 한국 정부가 일본 8개 지역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한국에서는 도쿄전력이나 일본 정부가 내놓은 자료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한국 측(원자력안전기술원)과 일본 원자력규제청이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의 해수 분석을 한 차례 함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의 종합 모니터링 계획에 따라 원자력규제청이 도쿄전력의 모니터링 결과를 포함해 매주 평가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표하고 있다.

-- 한국 국민은 불안감을 느낀다.

▲ 사고 당사자인 우리가 ’이 물은 괜찮습니다‘ 또는 ’생선은 괜찮습니다‘고 말해도 믿어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로서는 원전의 상황을 정중하게 전한다. 믿어줄지는 별개의 이야기다.

-- 오염수 유출의 확인·공표가 늦어 은폐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정보를 공개한다는 생각이 업무 현장에 스며들지 못했다. 현장에서 작업·분석하는 이들은 확실하게 정보를 파악하고 있으나 이를 일반인이 어떻게 생각할지 이해가 부족한 것을 반성한다. 발전소에서 계측한 분석 정보를 모두 공개하려고 하고 있다. 작년 8월부터 연간 약 7만 건의 자료를 홈페이지나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정보가 많아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다만, 우선 측정한 것은 모든 공개하도록 대응하고 있으며 알기 쉬운 정보를 공개하도록 검토하고 있다.

-- 사람의 실수나 오류 문제는.

▲ 실수의 원인은 크게 2가지다. 우선 작업 환경이 좋지 않았다. 사고 전에는 보통 작업복을 입고 일했는데 지금은 방호복, 마스크, 고무장갑을 착용하므로 움직이기 어렵다. 전면 마스크를 쓰면 발밑도 잘 안보인다. 조작·확인이 어렵고 주의가 산만해 실수가 생긴다. 전면 마스크를 쓰면 숫자 1(일본 발음 ’이치‘)이 8(일본 발음 ’하치')로 들리기도 한다. 우선 환경을 좋게 해야 한다. 전면 마스크를 얼굴을 절반 가리는 마스크로, 분진 마스크로 바꾸고 장비를 가볍게 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또 하나는 사고 직후 긴급하게 만든 설비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설비나 배선의 위치, 서류 등의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5년이 지난 지금은 새로운 설비로 바꿀 때 배치도나 배선도 등을 확실히 남겨서 긴급 대응 때 못했던 것을 정리하고 있다.

-- 사고 수습은 전체 계획에 비춰보면 어느 정도 진행됐나.

▲ 폐로 작업의 최종 목표는 녹은 연료를 모두 회수하는 것이며 가장 어려운 일이다. 현재는 산 정상까지 가는 길의 10분의 1 정도 올라간 지점에 있다. (취재보조: 이와이 리나 통신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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