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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돌아온 ‘라 바야데르’…아름답고 황홀한 160분의 치정극

5년 만에 돌아온 ‘라 바야데르’…아름답고 황홀한 160분의 치정극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1-04-28 15:53
업데이트 2021-04-2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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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다음달 2일까지
120여명 무용수·의상 200여벌 화려한 무대
3막 ‘망령의 왕국’ 군무가 선사하는 황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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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에서 솔로르와 감자티 공주의 약혼식이 열리는 2막의 한 장면. 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에서 솔로르와 감자티 공주의 약혼식이 열리는 2막의 한 장면.
국립발레단 제공
불의 제단 앞에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 연인도 권력 앞에선 저버리는 남자. 그를 두고 다툼을 벌이는 두 여인과 결국 죽음을 맞는 연인.

국립발레단이 5년 만에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이는 전막 발레 ‘라 바야데르’는 이야기로만 보면 막장 드라마에 가깝다. 이토록 치명적인 사랑과 욕망, 그리고 죽음이 얽히고설킨 드라마를 120여명의 무용수가 200여벌의 의상을 입고 화려한 블록버스터로 꾸며 낸다.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를 뜻하는 ‘라 바야데르’는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무대에서 3막에 걸쳐 쉴 새 없는 춤의 향연이 이어진다. 무려 160분이나 되는 공연이지만 환상적인 무대에 좀처럼 눈을 뗄 수 없다.
‘라 바야데르’ 2막에서 니키아가 독무를 추는 장면. 국립발레단 제공
‘라 바야데르’ 2막에서 니키아가 독무를 추는 장면.
국립발레단 제공
1막에선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와 그의 연인이면서 권력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전사 솔로르, 세상 모든 권력을 가진 공주 감자티, 니키아를 흠모한 제사장 브라만을 중심으로 복잡한 감정선이 다양한 마임과 함께 그려진다. 27일 첫 무대를 연 김기완(솔로르)과 박슬기(니키아)는 등장할 때부터 큰 박수를 받으며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연인에게 뜨거운 사랑을 약속했다 돌연 권력을 좇아 공주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나쁜 남자’를 김기완은 하늘을 날듯 펄펄 움직였다가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이기도 하며 매력적으로 그렸다.

솔로르와 감자티의 약혼식이 펼쳐지는 2막에선 다채로운 볼거리가 가득하다. 황금신상부터 무희들의 앵무새춤, 전사들의 북춤, 물동이춤, 부채춤 등 형형색색의 디베르티스망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랑을 빼앗긴 니키아의 독무는 그의 옷 색깔처럼 피를 흘리듯 처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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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가운데 3막에서 펼쳐지는 ‘망령의 왕국’에선 32명 무용수가 아라베스크를 비롯한 동작들을 완벽하게 한 호흡으로 선보여 환상적인 무대를 만든다. 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가운데 3막에서 펼쳐지는 ‘망령의 왕국’에선 32명 무용수가 아라베스크를 비롯한 동작들을 완벽하게 한 호흡으로 선보여 환상적인 무대를 만든다.
국립발레단 제공
‘라 바야데르’의 하이라이트는 3막이다. 니키아를 그리워한 솔로르가 ‘망령의 왕국’에 빠져드는 장면은 백색 발레(발레 블랑)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 준다. 어둡고 푸른 조명에서 흰색 튜튜를 입은 32명의 발레리나들이 망령이 돼 차례차례 나오는 장면은 그저 황홀하다. 경사진 무대로 한 명씩 걸어 나오며 온몸을 쭉 뻗고 고개를 앞으로 숙이는 아라베스크 팡세 동작과 두 다리를 쭉 뻗은 탕듀, 팔을 높이 펴 든 앙오를 반복하며 대열을 잇는 시간은 아름다움을 넘어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46차례나 같은 동작을 반복하게 되는 첫 셰이드를 비롯해 가장 마지막 무용수까지 어느 누구도 흐트러짐 없이 완벽한 호흡을 자랑해 함께 숨죽이게 된다. 섬세한 바이올린 연주와 함께 망령 세계에서 재회한 니키아와 솔로르의 애절한 파드되(2인무)와 독무도 마음을 울린다.

인도를 배경으로 한 작품답게 무용수들의 의상도 볼만하다. 특히 다른 작품들과 달리 발레리나들은 배가 노출되는 의상을 입는다. 섬세한 춤선 아래 단단하게 새겨진 복근이 드러나면서 그 노력의 시간들을 가늠케 한다. 공연은 다음달 2일까지 이어진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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