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전쯤 한 유명 큐레이터의 연봉이 공개되면서 많은 ‘큐레이터’지망생들이 ‘빛 좋은 개살구’라는 사실을 알고 꿈을 접었다지만 미술동네를 비롯한 문화예술동네의 ‘고학력, 저임금, 비정규직’이라는 고용구조는 매우 심각하다. 이는 물론 공급과잉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력이 넘치다 보니 미술동네만 해도 임금착취에 가까운 ‘인턴제도’가 횡행한다. 사실 인턴이란 의사자격을 취득한 자가 전공의가 되는 과정이다. 이후 기업이 신입사원 선발 전 실습을 통해 경쟁시켜 정규직원을 뽑는 인턴사원제도로 발전했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를 응용해서 이득을 챙기려는 부류는 언제나 있는 법. 미술동네 인턴, 특히 일부 화랑의 경우 경쟁자 없이 혼자를 뽑는다. 대부분의 업무가 전화 받기, 차대접, 은행 심부름, 오프닝 상차림 등 전문성이나 숙련도와는 상관없기 때문에 화랑주는 3개월마다 새로운 인턴을 구하면 그만이다. 이 경우 월 20만~30만원을 교통비와 식대로 지급한다. 물론 이는 미술동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터이지만.
이런 일은 1인 기업형태의 작은 화랑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제법 규모가 있는 화랑의 경우는 임금 착취에 가까운 인턴이라도 조건은 더 까다롭게 내세운다. 석사학위 기본에, 영어필수, 제 2외국어 가능자 우대, 각종 컴퓨터 프로그램 운용 숙련자 등 이 밖에도 많다. 여기에 적어도 전시회가 열리는 날 입을 수 있는 명품 브랜드 정장 두 어 벌은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월 100만~150만원인 정규직으로 등극할 수 있다. 이는 영리목적의 상업적 공간에서 일하는 경우다.
박봉의 박물관이나 미술관 큐레이터가 되고자 해도 이런 노예생활은 필수적이다. 우선 큐레이터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준 학예사 시험에 합격하고 1년 이상, 3급 학예사의 경우 2년 이상 등록된 사립박물관과 미술관 실무경력은 필수이다. 따라서 울며 겨자 먹기로 등록박물관과 미술관에 적을 두고 최소 1~2년간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 월급 수준을 이야기 할 형편이 아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큐레이터 자격증을 취득해도 정규직이 되기란 별 따기고 계약직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실업문제와 처우는 기존노동법조차 외면하고 있다. 노동부, 문화부 등 어느 부처 소관인지도 불분명하다. 문제는 이렇게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실업, 전문직들이 점점 소외계층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턴’이란 이름의 노동력 착취를 근절 할 방법은 없을까.
<미술평론가, 국민대 초빙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