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발레 도약 위해 학생들과 뛸래요”

“한국발레 도약 위해 학생들과 뛸래요”

입력 2009-07-02 00:00
수정 2009-07-02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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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한예종 무용원 교수 부임 김용걸 파리오페라발레단 솔리스트

그는 영화에서 나온 대사를 먼저 인용했다.

“마지막까지 버티는 것이 이기는 거라는 말이 있었어요. 하지만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고 끝까지 애를 쓰는 것보다 한국에서 다른 무용수들과 호흡하며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게 제가 갈 길이 아닐까요.”

호주 순회공연 중인 발레리노 김용걸(36)은 이메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파리오페라발레단 생활을 접고 고국으로 돌아오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2000년 파리로 건너가 ‘쉬제’까지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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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걸 파리오페라발레단 솔리스트  IPAP 제공
김용걸 파리오페라발레단 솔리스트
IPAP 제공
그는 ‘국립발레단 간판스타’로 잘나가던 2000년 프랑스 파리로 향했다. 파리오페라발레단 연수단원으로 들어간 지 5개월 후 오디션을 통과하면서 외국단원이 5% 정도뿐인 발레단에서 첫 동양인 남자 단원이 됐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가 세 번째 등급인 ‘쉬제(sujet)’까지 이르렀다. ‘세계에서 가장 높이 도약한 한국의 발레리노’라는 별칭도 따라붙었다. 더 높이 올라갈 욕심을 부릴 만도 한데 한국행을 결심했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은 7~8세 때부터 파리오페라 발레학교에 입학해서 6년간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엄격한 오디션을 거쳐 추려낸 무용수들이 모인 곳이죠. 여기서 성공하겠다면서 오랜 싸움을 했습니다. 점차 그들에게 동화되면서 그 싸움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느끼게 됐어요. 결국 남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에서 더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고 할까요.”

물론 아쉽다. “지금까지 가장 사랑하는 일을 했던 시간들을 등지고, 또 파리처럼 멋진 곳을 떠난다는 게 아쉽지 않으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한국 발레를 위해 또 자주 와야 할 곳이라는 걸 아니까 아쉬움이 크지는 않습니다.”

그는 9월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로 부임한다. “많은 분들이 파리 생활을 접고 학교로 가는 것을 은퇴로 알고 있는 듯하다.”는 그는 “몸이 허락할 때까지 학생들과 함께 뛰며 얘기하고 공유하는 것이 나의 가치관이며 교육 목표”라고 강조했다. 파리 생활에서 얻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조리 있게 전달하고, 서두르지 않고 연습실에서든 무대에서든 학생들과 함께 땀 흘리는 교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부산예고 시절에 자신과 함께 뛰며 수업을 하던 당시 선생님(문영철 현 한양대 교수)을 떠올리며 “어깨 너머로 선생님보다 더 잘해 보려 했던 욕구가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 나 역시 학생들과 함께하며 그들과 무대에 설 기회를 자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11~12일 복귀무대… 9월엔 국립발레단과 공연

그는 교수 부임에 앞서 오는 11~12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복귀무대에 오른다.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한국을 빛낸 무용스타를 초청한 ‘김용걸과 친구들’이다. 그는 이 공연에서 ‘인 더 미들 섬왓 엘리베이티드(In the Middle Somewhat Elevated)’와 ‘아레포(AREPO)’를 선보인다. “음악이 주는 파괴력과 조명의 음침함, 무용수의 직선적인 시선과 움직임이 조화되면서 새로운 몸의 감각을 경험하게 해주는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공연은 외국에서 자신과 싸우며 열심히 활동하는 젊은 한국 무용수들을 위한 아주 특별한 자리”라면서 “그동안 갈고 닦은 예술적 기량을 고국에서 선보일 좋은 기회이자 떨리는 순간”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는 9월10~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국립발레단의 ‘차이코프스키’로 무대에 올라 그의 몸짓을 기다렸던 한국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2009-07-0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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