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뇽(프랑스) 이종수특파원|한국과 미국의 ‘스크린쿼터 맞수’가 프랑스에서 처음 만나 불꽃 튀는 공방을 벌였다. 주인공은 한국 스크린쿼터 문화연대의 양기환(오른쪽) 사무처장과 댄 글릭먼 미국영화협회(MPAA) 회장. 두 사람은 18일(현지 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아비뇽 포럼-문화, 경제, 미디어’에서 첫 대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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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부터 열린 이 포럼에 공식 초청된 두 사람의 스크린쿼터에 대한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려 만남 자체가 화제였다. 양기환 처장은 16년 동안 한국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해 앞장서온 문화운동가다. 글릭먼 회장이 이끄는 MPAA는 한국의 스크린쿼터 폐지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미국의 대표적 단체다.
대담은 아비뇽포럼 마지막날 오찬 장소에서 우연히 이뤄졌다. 양 사무처장이 옆 식탁에 앉은 글릭먼 회장에게 대담을 제안하자 글릭먼 회장이 동의한 것. 양 사무처장이 먼저 “할리우드 영화의 시장 점유율이 85%에 이르는데 이는 이번 포럼 주제 가운데 하나인 문화 다양성 정신과 모순되는 게 아닌가.”라고 공세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글릭먼 회장도 지지 않고 “그건 오피스 박스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며 “실제 시장 점유율은 50% 정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인도 영화 산업의 발전을 보라.”며 “갈수록 세계의 영화 제작 편수가 늘고 있어 미국 영화의 점유 비율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이에 질세라 양 사무처장이 두 단체가 첨예하게 갈등을 빚어온 ‘스크린쿼터’로 다시 포문을 열었다. 그는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세계무역기구(WTO) 협상 등에서는 스크린쿼터의 정당성을 인정했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전제조건으로 스크린쿼터 축소를 요구했는데 이는 모순된 게 아니냐.”라고 따졌다. 이에 글릭먼 회장은 “각 나라의 문화정책을 존중하지만 미국의 공식 입장은 스크린쿼터제를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폐지하자는 것이다.”고 맞섰다.
양 처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이 문화 다양성 협약에 반대하는 이유를 물었다. 글릭먼 회장은 “미국이 반대한 것은 부시 정권 시절이었다.”며 “문화 다양성은 존중하지만 그것이 보호무역주의나 진입을 규제하는 수단으로 이용될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글릭먼 회장은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10년간 일해 문화 다양성 협약에 약간 탄력적인 입장을 보였다.
팽팽하게 맞서던 두 사람의 공방은 결국 서로의 원칙을 되풀이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양기환 사무처장은 마지막으로 양국 영화인들의 공조 방안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글릭먼 회장은 “한·미 영화산업계가 이미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며 “특히 “인터넷 사이트에서의 불법 다운 근절 방안을 놓고 두 나라의 공조 체계는 공고하다.”고 말했다.
대담이 끝난 뒤 양 사무처장은 “스크린쿼터 문제를 놓고 그 동안 숱하게 공식 토론을 제안했지만 MPAA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우연하게 대담을 하게 됐지만 서로의 다른 원칙만 확인했다.”고 말했다.
vielee@seoul.co.kr
2008-11-2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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