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죽·진흙메기·예천 태평추·물외냉국·무밥·건진국수…. 우리의 희미한 기억속 전통 음식들이야말로 훌륭한 시적 재료가 될 수 있다. 시인 안도현(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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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신작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창비 펴냄)는 이를 유감없이 보여 준다.2004년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이후 4년 만에 펴냈다.
시인은 아스라히 잊혀져 가는 기억속의 전통 먹을거리를 들고 나와 우리가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고스란히 되살려 낸다.“짚불을 피우고 배를 딴 메기를 몇마리 던져넣었다/ 메기들은 내장도 없이 불꽃속으로 맹렬히 헤엄쳐 갔다/ 가문 방둑 잿빛 진흙에 대가리를 들이밀듯 꼬리지느러미로 땅을 쳤다/ (중략)/ 진흙이 다 된 메기들은 그때서야 안심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달려들어 쫄깃한 진흙의 살을 뜯어먹으며/ 어쩌면 코밑에 메기 수염이 돋아날지 모른다고 생각하였다”(‘진흙메기’ 중에서)
경북 예천의 외갓집에서 겨울에만 먹던 태평추는 어린 시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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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태평추는 채로 썬 묵에다 뜨끈한 멸치국물 육수를 붓고 볶은 돼지고기와 묵은지와 김가루와 깨소금을 얹어 숟가락으로 훌훌 떠먹는 음식인데 눈 많이 오는 추운 날 점심때쯤 먹으면 더할 수 없이 맛이 좋았다”(‘예천 태평추’ 중에서) 요즘은 ‘돼지죽’으로만 치부되는 갱죽도 그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소재가 되기에 충분하다.“하늘에 걸린 쇠기러기/ 벽에 걸린 시래기/ 시래기에 묻은 햇볕을 데쳐/ 처마 낮은 집에서/ 갱죽을 쑨다/밥알보다 나물이 많아서 슬픈 죽/ 훌쩍이며/ 떠먹는/밥상모서리/쇠기러기 그림자가/ 간을 치고 간다”(‘갱죽’ 전문)
안 시인은 “음식은 모든 감각의 총결집체”라며 음식 시편을 쓰게 된 동기를 털어놨다.6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2008-01-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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