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륜연대법으로 고가구 17점 나이 측정
나무는 왕성하게 자란 해는 나이테가 넓고, 기후 변화로 환경이 나빠지면 성장도 느려져서 나이테가 좁아진다. 이렇듯 환경의 변화가 기록으로 남는 나이테의 특성에 착안하여 목재의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이 연륜연대법(dendrochronology)이다.방사성탄소(C14)연대법의 목재 측정오차가 최고 ±100년에 이르는 반면 연륜연대법은 1년 단위까지 연대를 측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 이후 살아있는 고목과 고건축물의 목재를 지속적으로 조사하여 서기 1200년부터 800년동안에 걸친 연륜연대기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해 놓았다.
문화재청 제공
제주시에 있는 관덕정. 강원도 영동지역의 소나무를 재료로 지은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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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와 목재의 산지도 밝혀
박원규 충북대 산림과학부 교수와 김요정 충북대 농업과학기술연구소 연륜연구센터 연구권, 김삼대자 전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장은 이 연륜연대기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대표적인 고가구인 반닫이의 연대를 측정했다.
상명대박물관 소장 제주도 반닫이.
조사 대상 반닫이는 일부라도 소나무가 쓰인 것으로 한정되었는데, 연륜연대기 데이터베이스가 현재는 소나무 것만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박원규 교수팀의 연구 내용은 국립민속박물관이 발간하는 계간 학술지 ‘민속학연구’의 최근호인 제21호에 실렸다.
연구에서 덕성여대박물관이 소장한 경기지역 주석장식 반닫이는 ‘1688∼1801년’이라는 절대연도가 부여되었다.1801년 직후에 벌채된 나무를 사용했다는 뜻이다. 이번에 조사된 반닫이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하지만 주석장식은 1900년대 이후 것으로 추정되었다. 두드려 만든 단조가 아니라 쇠를 판형으로 만든 뒤 오려내는 판조였기 때문이다. 판조는 1870년 이후 수입되어 사용되었다. 따라서 이 받닫이는 1800년 초에 제작된 것이며,1900년 초에 장식을 교체하는 대규모 수리가 있었던 것으로 새롭게 결론지을 수 있었다. 이 반닫이는 그동안 1870년 이후 양식으로 분류되어 왔다.
●19세기 원거리 목재수송 방증
특기할 만한 것은 상명대박물관이 소장한 제주도 반닫이였다. 뒷널에서 채취한 나이테는 101개로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여 보니 강릉객사문의 연대기로 ‘1782∼1882년’의 절대연도가 부여되었다. 강릉객사문에 쓰여진 것과 같은 강원도 일대의 목재로 제주도 양식의 반닫이가 제작되었다는 뜻이다.
제주도의 식생은 저지대는 난대림이어서 주로 활엽수가 자라고, 고지대는 전나무류인 구상나무가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큰 재목을 쉽게 구할 수 없어 다른 지역에서 수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병사들의 훈련을 목적으로 세워진 제주시의 관덕정도 소나무 목재가 대부분 강원도 지역의 연륜패턴을 보여주고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제주뿐만 아니라,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한 영광지역의 전라도 반닫이도 강릉객사문의 연대기인 절대연대 ‘1775∼1871년’이 주어졌다.
연구팀은 “가구용 목재는 질이 좋아야 하기 때문에 원거리라도 부피가 크지 않은 것은 운송하여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가까운 곳의 목재자원이 고갈됨에 따라 19세기에 접어들면 원거리 목재운송이 활발해지고,19세기 말에는 상업적 목재거래가 보편화되었다.”고 설명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2008-01-1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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