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조태성특파원|재난영화에서 대개 여배우들이란 악∼악∼ 소리만 질러대는 ‘음향효과’이거나, 온갖 멍청한 실수란 다 저지르는 ‘머저리’거나, 그것도 아니면 엔딩쯤에야 구출자-물론 멋진 남자다-에게 진한 뽀뽀 한번 하는 것 외에는 좀처럼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액세서리’다. 그러나 31일 개봉하는 영화 ‘포세이돈’(Poseidon)의 에미 로섬은 그렇지 않다.‘미스틱 리버’와 ‘오페라의 유령’ 등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던 에미 로섬은 ‘포세이돈’에서 강인하고 당찬 19살 아가씨 제니퍼 역을 소화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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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 로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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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 로섬
지난 17일 일본 롯본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만난 에미는 발랄한 19살 아가씨였다. 간단한 일본말로 인사하는가 하면 늦게 허둥지둥 기자회견장으로 뛰어들어오는 기자를 향해 환한 미소로 어서 오라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19살에 어울리는 발랄한 모습이 돋보였다.
이런 아가씨-더구나 배역처럼 실제 나이도 19살이다-에게 ‘재난’이 와닿을까.“무엇보다 두려움은 마음 속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해요.” 조금 노숙하다.“물론 나이가 어려 공포스러운 경험은 없었죠. 그래서 재앙과 관련된 비디오를 많이 구해다 봤어요.9·11테러 당시 쌍둥이 빌딩에 갇힌 소녀의 음성이 담긴 테이프도 구해들었고요.” 여기서 예외가 된 게 하나 있다. 바로 포세이돈의 원작인 1972년작 ‘포세이돈 어드벤처’는 선입견이 들까봐 일부러 보지 않았단다.
이번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바로 인간 내면의 강인함이다.“사람들은 일종의 가면을 쓰고 산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정말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그 때 진정한 본성이 드러나죠.” 때론 혐오스러울 때도 있겠지만, 이 과정에서 힘을 합치고 서로 도와가는 과정이 바로 재난영화의 매력이라는 얘기다. 여기에다 제니퍼라는 캐릭터가 강인한 여성이라 더 재미있었다고 한다.
●포세이돈은 어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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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세이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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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세이돈’
재난영화의 효시로 꼽히는 1972년작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리메이크. 거대한 해일을 만나 전복해버린 호화유람선 포세이돈에서 탈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탈출행렬에 동참한 사람은 전직 소방관 로버트(커트 러셀)와 딸 제니퍼(에미 로섬), 도박꾼 딜런(조시 루카스), 동성애자 넬슨(리처드 드레이퍼스) 등이다.
스케일이 큰 영화를 찍어왔던 볼프강 페터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1400억원짜리 영화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다. 이런 저런 삐걱대는 소리 모두 젖혀 두고서라도, 결정적으로 전복된 거대한 배에서 탈출한다는 것, 다시 말해 배 바깥이 아니라 배 안의 온갖 오밀조밀한 공간을 다 헤쳐나가는 과정은 ‘스케일’보다 ‘드라마’일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인간의 탐욕과 고뇌’에 초점을 맞춘 원작의 스케일 부족은 용서된다.
cho1904@seoul.co.kr
2006-05-19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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