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 건설 예정지역인 충청남도 연기군 금난면 반곡리에 거주해온 여양(驪陽) 진씨(陳氏) 집안에 200여년간 전해 내려온 고서 및 문서 450점이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됐다. 특히 이들 고문서는 지역 환경사 및 상장례 등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어 지역 풍속연구에 중요한 사료가 될 전망이다.
행복도시 예정지역 33개 마을을 대상으로 의식주·세시풍속·의례 등 현지 민속조사를 벌여온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홍남)은 행복도시 예정지에 포함된 반곡리 마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여양 진씨 후손인 진병갑(73)·진병돈(57) 형제로부터 고문서 135건 450점 일체를 넘겨받았다고 2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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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립민속박물관이 여양 진씨로부터 기증받은 고문서 중 장례문화를 기록한 장택지(왼쪽)와 환경사를 담은 반곡식목서(오른쪽). 민속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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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립민속박물관이 여양 진씨로부터 기증받은 고문서 중 장례문화를 기록한 장택지(왼쪽)와 환경사를 담은 반곡식목서(오른쪽). 민속박물관 제공
행복도시 예정지에서 유물 기증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지역 식수조림 등 환경정비 과정을 담은 ‘반곡식목서’.200여년 전 특유의 식물집단이 파괴된 사실을 비롯, 환경보호지역과 대상, 나무를 잘랐을 때 받는 징벌 등도 자세히 담겨 있다.
지역의 상장례에 관한 다양한 내용도 고문서 여기저기에서 확인된다. 가문의 안장(安葬)과 관련된 풍수문서인 ‘장택지’30여점과 이장을 위한 매지문서도 다수 기증됐다. 장택지에는 당시 장례를 치를 때 풍수뿐 아니라 장지의 위치와 날짜·시간 등이 기록됐고, 하관을 직접 보면 안되는 자손들의 간지 등도 적혀 있다. 묘 위치와 시간, 사람관계 등이 조선후기 장례문화의 중요한 요소였음을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반곡리 화산 아래 지은 정자인 ‘일행정’에 대한 기록을 담은 ‘일행정기’와 ‘중수일행정기’, 문중 묘실의 유래를 담은 ‘불목동여양진씨묘실신건기’, 조상의 지역사회 활동 등을 담은 문집인 ‘위정집’과 ‘위정집략초’,‘화잠소창’ 등도 기증됐다.
김시덕 학예연구관은 “행복도시 내 유물을 수집하려는 골동품상의 손에 넘어갔다면 흩어졌을 법한 가문의 유물 일체를 기증받아 한 세트로 연구, 보존할 수 있어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김홍남 관장은 “행복도시 민속조사 결과, 훼손·멸실 위기의 문화유산을 보존할 수 있는 ‘생태박물관’ 건립이 시급하다.”면서 “생태박물관이 세워지면 기증받은 유물들도 그곳으로 옮겨져 고스란히 보존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진씨 형제는 21일 반곡리 진병갑 5대조 선영에서 조상이 물려준 유물을 잘 보존하기 위해 기증한 연유를 조상에 알리는 고유제를 지낸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2006-03-2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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