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첫 곡을 연주할 때 무척 떨렸지만, 관객들이 편안하게 들어주셔서 너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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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에서 한국을 찾은 첼리스트 다니엘라 키릴로바(왼쪽)와 그의 딸 카멜리아(오른쪽)가 최인선씨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한국 가곡을 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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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에서 한국을 찾은 첼리스트 다니엘라 키릴로바(왼쪽)와 그의 딸 카멜리아(오른쪽)가 최인선씨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한국 가곡을 연주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동 모차르트홀에서 ‘작지만 아주 특별한’ 음악회가 열렸다. 이국의 첼리스트들이 연주한 선율을 따라 ‘청산에 살리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등 우리 귀에 익숙한 한국 가곡이 울려 퍼졌던 것.
이날 연주회의 주인공은 흑해 연안도시 불가리아 바르나에서 온 첼리스트 다니엘라 키릴로바(44)와 그의 딸 카멜리아(17) 모녀였다.
한나라당 정병국·이혜훈 의원, 알렉산더 사보프 주한 불가리아 대사 등 100여명의 관객들이 음악회를 찾아 이들의 음율에 흠뻑 빠져들었다. 다니엘라 모녀가 ‘아리랑’을 마지막 곡으로 한 시간 남짓의 연주회를 끝내자,10여분 동안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았을 정도.
생애 처음 한국을 찾게 된 것은 이들 가족의 특별한 한국 사랑이 계기가 됐다.3년 전부터 즐겨보며 한국을 알게 했던 아리랑국제방송이 지역방송국 사정으로 지난해 갑자기 중단되자 이웃들의 서명을 받아 방송을 재개시키기도 했고, 즐겨 듣던 한국 음악을 ‘포 더 러브 오브 코리아’라는 제목의 CD로 직접 녹음해 지인들에게 건네기도 하는 등 한국문화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도 했다.
사연을 접한 아리랑국제방송의 초청으로 직접 한국으로 날아와 이 날의 소중한 음악회를 열게 된 것.
무엇이 이들을 한국 문화에 빠져들게 했을까.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정서적인 면에서 통하는 게 있다는 설명이다.“한국 음악과 불가리아 음악은 차이점도 많지만, 감성적인 면에서 비슷한 것 같아요. 정갈하면서도 심금을 울리는 멜로디가 너무 좋고요. 새로운 곡을 접할 때마다 애착을 갖게 되죠.” TV에서 김장을 배워 김치도 손수 만들어 먹을 정도로 ‘한국통’이던 이들도 이번 나들이에서 무척 놀랐다고 한다. 그동안 TV로만 한국을 봐왔지만, 실제 와서 보니 그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아름답다고 감탄했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표정 하나 하나가 새로웠어요. 조금은 낯설기도 했지만, 신기하고 좋았죠.”
고향에서 오케스트라 단원이자 남편 크리스(트럼본 연주자)와 함께 음악학교 교사이기도 한 다니엘라는 제자들에게 틈틈이 한국 음악을 가르치는데 반응이 무척 좋다고 전하기도 했다. 내년에는 음악사 수업에 한국 음악을 넣자고 학교측에 제안하기도 했다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국을 찾고 싶다는 다니엘라 모녀. 자신들의 한국 사랑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 인터뷰에 응하는 이들 모녀의 얼굴에는 들뜬 기대와 즐거움이 넘쳐났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05-11-22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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