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차에 본격적인 서평이 나왔다. 염정섭 서원대 교양학부 교수가 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원의 ‘한국문화연구8권’에 ‘과잉해석의 성긴 틈새를 빠져나오지 못한 수량자료’라는 글을 냈다. 염 교수는 조선후기 농업사 연구자다.
염 교수의 비판은 신랄했다. 그는 총평에서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면서 “새로운 사실과 해석을 접하게 되면서 저절로 생겨나는 기분 좋은 흥분이 아니라 역사를 연구하는 것이 어떤 의의를 가지고 있는지 계속 스스로 질문하고 확인하게 하는 어색한 흥분이었다.”고 밝혔다.
염 교수 주장의 포인트는 낙성대팀의 주장 자체가 이미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정해진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통계자료를 엄격하게 해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엄격함’의 대상은 두 가지다. 우선 수치·수량상의 엄격함이 있어야 하고, 동시에 그 수치와 수량에 조선시대의 성격까지 배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전통사회라는 배경에 대한 고려없이 조선시대에 현대적 시장경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책에 실린 9편의 논문 역시 이런 엄격함을 지키려는 연구자들의 태도가 간간이 눈에 띈다는 게 염 교수의 평가다. 그런데 이영훈 교수가 집필한 총설에 가면 이런 태도가 싹 사라진다. 이 교수는 과감하게 새로운 이론이 제시됐음을 선포한다. 그런데 정작 총설 말미에 가면 이 교수 역시 “과연 전국적인 현상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한 발 뺀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발을 뺄 여지를 마련해 둔 혐의가 엿보인다는 것. 염 교수는 “이 교수의 책이 발표됐을 때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너무 띄우는 과정에서 ‘보기드문 연구성과’로 치장됐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았던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염 교수는 낙성대팀 자체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쨌든 경제사적 입장에서 사료를 정리하고 통계를 냈기 때문이다. 염 교수는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는 방대한 호적과 양안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