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불교 신자 성당서 108배

가톨릭·불교 신자 성당서 108배

입력 2005-05-12 00:00
수정 2005-05-1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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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배에 한번 빠져 봅시다.”

11일 오후 7시 대구 수성구 시지동 고산성당 교육관. 정홍규 담임신부와 신도들이 대구 은적사 주지 허운 스님 등 불자 50여명을 반갑게 맞이했다. 종교를 초월한 이들의 만남은 ‘부처님 오신날’(15일)을 앞두고 가톨릭 신자들과 불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108배’(108번 절을 하며 명상하는 불교 수행법)를 하기 위해 이뤄졌다.

대구 고산성당 정홍규(왼쪽에서 첫번째) 신…
대구 고산성당 정홍규(왼쪽에서 첫번째) 신… 대구 고산성당 정홍규(왼쪽에서 첫번째) 신부와 은적사 허운(〃 세번째) 스님 등이 가톨릭·불교 신자들과 함께 11일 고산성당에 모여 국악인 김영동씨가 108배를 위해 만든 음악에 맞춰 ‘생명과 평화를 위한 108배’행사를 갖고 있다.
고산성당 제공
국악인 김영동씨와 대구 푸른평화운동본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속속 도착했다. 누구나 108배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음악앨범 ‘생명의 소리’를 최근 출시한 김영동씨가 이번 모임의 ‘산파’역할을 했다. 고요함 속에 1배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흐르자 질서정연하게 줄을선 참석자들이 조용히 108배를 시작했다.

종교 초월해 맺은 인연

정홍규 신부와 허운 스님, 김영동씨의 인연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탄절과 부활절, 초파일 등에 서로 만나 축하인사를 나눠온 정 신부와 허운 스님은 지난 2003년 2월 대구지하철 참사때 범종교계의 연대활동을 벌였다. 이후 지역 시민단체들과 함께 불우이웃 돕기, 농촌살리기 등을 적극적으로 벌여 왔다. 이 과정에서 대구 녹색소비자연대 등 시민단체 활동을 지원해온 김영동씨와도 자연스럽게 만나 민요 등 우리 전통 살리기 프로그램 등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공동 108배를 구상한 것은 지난달 24일 대구 중앙로에서 열린 ‘지구의 날’행사에서다. 김영동씨의 108배 앨범 출시를 앞두고 이날 첫 공연을 하게 된 것. 신부와 수녀, 불자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 150여명이 거리 한복판에서 김영동씨의 음악과 낭송에 맞춰 40분간 108배를 했다.108배의 매력에 빠진 정 신부와 신자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성당에서 108배를 하며 명상을 실천했고,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허운 스님 등을 성당에 초대함으로써 종교를 초월한 108배 행사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김영동씨는 “건전한 심신운동인 108배를 지루하지 않게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었는데 범종교적으로 화합하는 행사가 마련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정홍규 신부는 “신자들이 108배에 어색함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건강에 좋다며 적극 호응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불자들과 함께 수양하는 행사를 많이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요가보다 절 생활화로”

108배의 범종교적인 생활화를 추진하는 것은 고산성당측이 오히려 적극적이다. 정 신부는 “온몸을 움직여 절을 하는 108배가 인도의 요가, 중국의 타이치 등보다 심신단련에 훨씬 효과적”이라면서 “우리 전통문화인 108배를 종교인들뿐 아니라 청소년과 군인 등이 생활 속에서 실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동씨는 “108배를 위한 낭송에는 불경과 성경이 주는 교훈은 물론, 사회문제를 생각하고 자신을 반성하는 명상이 포함된다.”면서 “우리 고유의 생태운동법으로 서양에도 파급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2005-05-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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