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달1일 개봉 최민식·류승범 주연 ‘주먹이 운다’

새달1일 개봉 최민식·류승범 주연 ‘주먹이 운다’

입력 2005-03-18 00:00
수정 2005-03-18 07:3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상대가 있든 없든 모든 스포츠는 결국 자기와의 싸움이다. 사각의 링에서 주먹 하나로 맞붙는 권투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을 한방에 쓰러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후의 순간까지 잘 버티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권투는, 아무리 구질구질하고 비참해도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우리네 인생과 닮은 꼴이다.

40대 전직복서·20대 소년원출신 맞붙다

상반기 흥행 기대작 중 하나인 영화 ‘주먹이 운다’(감독 류승완, 제작 시오필름·브라보엔터테인먼트)는 절망의 나락에서 권투를 매개로 실낱같은 삶의 희망을 회복하는 두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은퇴한 40대 전직복서 태식(최민식)과 소년원 출신의 20대 신인복서 상환(류승범). 인생의 패배자, 낙오자라는 공통점외에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이 각각 절박한 목표를 안고 신인왕 결승전에서 만나게 되는 과정이 영화의 밑그림이다.

태식은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로 한때 촉망받는 권투선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후배에게 사기나 당하고, 운영하던 공장마저 화재로 잃어 길거리에 나앉게 된 무능력한 가장이다. 그래도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위해 거리에서 돈을 받고 매를 맞는 ‘인간 샌드백’신세를 자처하지만 아내는 다른 남자를 만나 살 궁리를 한다.

상환은 삥뜯기와 절도로 경찰서를 들락거리는 건달이다. 폐지를 모으는 할머니(나문희)와 막노동판에서 일하는 아버지(기주봉)의 아등바등한 삶이 그저 지긋지긋할 뿐이다. 대형 사고를 치고, 소년원에 들어간 상환은 ‘군대간 셈 치라’고 다독이는 아버지에게 ‘쪽팔리니까 면회오지 말라’며 쌀쌀맞게 대한다.

“이기든 지든 승패는 중요하지 않아”

인생 바닥까지 내려간 두사람의 꺾인 무릎을 일으켜세우고, 다시 일어설 기운을 불어넣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다. 거리에서 매맞는 모습을 아들에게 들킨 태식은 ‘괜찮아, 아빠 아직 안죽었어’라며 큰소리 친다. 태식이 뒤늦게 신인왕전에 도전하는 이유가 아들에게 ‘살아있음’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라면, 상환의 신인왕 타이틀은 교도소밖 가족을 만나는 유일한 출구이다. 아버지의 부고에도, 할머니의 치매소식에도 철창밖을 나갈 수 없었던 상환은 지난 날을 참회하는 심정으로 샌드백을 두드린다.

결승전을 앞둔 두 선수의 전력을 비교하는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듯 태식과 상환의 지난한 삶을 짧게 끊어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던 영화는 마지막 15분에서 에너지를 폭발시킨다.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절박함을 지닌 두사람이 내뻗는 주먹은 그대로 관객의 가슴에 날아와 얼얼한 아픔을 남긴다. 죽을 힘을 다해 서로에게 주먹을 날리는 이들에게 이미 승패는 중요치 않다. 이기든 지든, 그들 옆에는 든든한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실시간으로 직접 경기장면 찍어

사건보다는 인물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승부수는 역시 최민식과 류승범이라는 두 배우다. 대사가 아니라 얼굴에 새겨진 주름살로, 그리고 미세하게 흔들리는 눈빛으로 태식과 상환의 고단한 삶을 드러낼 수 있는 배우는 그리 많지 않다. 실시간으로 직접 경기 장면을 촬영한 결승전은 두 배우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명 장면으로 꼽을 만하다.4월1일 개봉.15세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5-03-18 3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