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기증’ 자리 잡는다

‘문화재 기증’ 자리 잡는다

입력 2004-09-03 00:00
수정 2004-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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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일대 박물관 거리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개인 소장자들이 평생 모은 소중한 자료와 유물들을 아무 대가 없이 일괄 기증해온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동경(銅鏡) 등 귀중한 유물 792점을 기증한 백정양(왼쪽 두번째)씨가 기증 유물을 들여다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동경(銅鏡) 등 귀중한 유물 792점을 기증한 백정양(왼쪽 두번째)씨가 기증 유물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외대(불어과) 서정철 명예교수와 이화여대(불문과) 김인환 명예교수 부부가 함께 모아온 15∼19세기 서양 고지도와 관련 서적 150여점을 서울역사박물관에 몽땅 기증하더니 이번에는 고미술상을 운영하고 있는 백정양씨가 국립중앙박물관에 고려 동경(銅鏡)을 비롯한 792점의 수집품을 기증했다.

이가운데 서 교수 부부가 기증한 것은 70년대부터 30여년 동안 함께 모아온 것들.서울역사박물관측은 이들의 뜻을 기려 지난 1일부터 12월26일까지의 일정으로 부부가 기증한 자료 150여점중 15∼19세기 한국에 대한 서양 고지도와,관련 서적 80여점을 엄선해 ‘유로피언의 상상,꼬레아’전을 열고 있다.

전시중인 자료 가운데는 이탈리아 출신 중국 선교사 마르티니가 제작한 ‘중국지도첩’(1655년)과 프랑스 지도제작자 당빌의 ‘조선왕국전도’(1737년),프랑스인 N 드 페르가 제작한 ‘아시아지도’(1705년)가 들어있어 관람객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중국지도첩’은 6세기경부터 아랍상인들에 의해 ‘실라’로 알려진 한반도가 섬이 아니라 반도국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또 ‘조선왕국전도’는 한·중 국경선을 압록강 이북으로 그려 간도지역이 조선의 영토였음을 보여준다.‘아시아지도’는 옛날부터 일본해가 아니라 동해라고 보편적으로 불려왔음을 뒷받침하며 1785년 일본인 실학자 하야시 시헤이(林子平)가 그린 ‘삼국접양도’는 울릉도와 독도를 ‘조선 소유’라고 명확히 기록하고 있다.

고려시대 동경 ‘서화쌍조문경’과 ‘황비창천경’.
고려시대 동경 ‘서화쌍조문경’과 ‘황비창천경’.


한편 사단법인 한국고미술협회 이사,강원경찰청 박물관 감정위원,서울지방경찰청 고증자문위원으로 활동중인 백정양씨의 유물 기증도 박물관계를 흐뭇하게 만들고 있다.서울 답십리에서 고미술상을 운영하고 있는 백씨가 지난 30년간 수집해 기증한 유물은 동경 414점,동곳 374점,명두 3점,동촉 1점 등 액수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다.특히 고려 동경은 고려시대 금속공예의 정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국립중앙박물관측은 “박물관의 1년 예산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변변한 물품 한 건 구입할 수준도 못 되는 실정에서 횡재가 아닐 수 없다.”며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증된 동경들은 대부분 고려시대의 동경이며,조선시대 동경 10점,일본 동경 1점(‘天下一作’柄鏡)도 포함되어 있다.고려 동경으로는 서화쌍조문경(瑞花雙鳥文鏡),황비창천경(煌丕昌天鏡),용수전각문경(龍樹殿閣文鏡),호주경(湖州鏡),소문경(素文鏡) 등 당대를 대표하는 동경들이 망라되어 있다.형태면에서도 원형경(圓形鏡),방형경(方形鏡),화형경(花形鏡),능형경(稜形鏡),규화형경(葵花形鏡),손잡이가 달린 거울(柄鏡) 등 다양하다.상투를 튼 정수리에 상투가 풀어지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데 꽂는 장신구인 동곳 374점도 크기와 형태에서 독특한 것들이다.

따라서 이 유물들은 용산 새 국립중앙박물관의 금속공예실 개관전시와 관련 분야 연구에도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아무런 조건없이 문화재를 기증한 백씨의 순수한 뜻을 기리고 일반에 널리 알리기 위하여,내년 개관 예정인 새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품 일부를 전시할 예정이며 백씨에 대해 정부서훈을 추천할 계획이다.

백씨는 유물들을 기증하면서 “그동안 모아온 수집품이 새 국립중앙박물관 개관 전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앞으로 문화재 기증문화 확산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2004-09-03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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