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해일(海溢)’ 속에서 샘솟는 시심(詩心)-
해마다 이 맘때면 여러 시인학교가 열려 ‘예비 시인’들을 설레게 한다.올해는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강원도 태백시 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제1회 태백산 산상 시인학교’가 눈길을 끌었다.강변이나 바닷가 혹은 섬이 아닌 산에서 시인학교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숲의 바다’에 안긴 100여명의 시인과 독자들은 시와 삶을 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창작기행을 통해 시심을 가다듬었다.일상에서 벗어나 ‘반역의 정신’을 잉태하려는 현장을 다녀왔다.
●100여명 시인·독자들이 참가
23일 오후 5시30분 45명의 서울측 참가자를 태운 버스가 태백시 청소년수련원에 도착했다.태백의 문인·독자들과 먼저 도착한 문인수·이종암 등 대구·경북의 시인들이 환대했다.방 배정을 받은 뒤 시인인 신경림 교장의 개교 선언으로 공식 일정이 시작됐다.신 교장은 “좋은 시를 낳는 비약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덕담했다.시인 오세영 서울대교수는 시와 산문을 곡선과 직선의 길에 비유하면서 “삶 자체가 목적인 행위가 시”라고 말했다.이재무 계간 ‘시작’ 주간은 ‘생태 시에 대하여’라는 강의에서 합리성에 매몰된 근대 서구중심의 패러다임을 비판하고 시적 대안으로써 생체시의 가능성을 모색하자고 강조했다.
어느덧 밤 9시.독자들은 피곤도 잊은 듯 3개조로 나눠 시인학교의 하이라이트인 ‘시인과의 대화 및 시 창작지도 교실’에 참가했다. “생각은 많이 떠오르는데 진술이 안돼요”(서울 주부)“ 시라고 끄적거리는데 모양을 갖추고 있는지…”(태백 전도사) “서정시를 잘 쓰려면?”(서울 주부) 등 묻어둔 사연이 쏟아졌다.
김상미 시인은 “일단 좋은 시를 많이 읽고 따라 써보라.한 사물을 직접 묘사하기 보다는 그것을 연상시키는 다른 이미지로 접근해보라.”고 자상하게 설명했다.옆반에 있는 이경림 시인은 시 ‘거울’ 창작 경험을 들려주었다. “거울에 비친 모든 사물을 그대로 묘사하다가 마지막 1행에서 내 생각을 담았다.처음부터 단어로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써라.좋은 시에 대한 욕심을 버리라.”고 말했다.넘쳐나는 질문에 김왕노 시인은 아예 “내일 자작시를 갖고 와서 읽으며 토론하자.”고 주문했다.
●진지하고 열정적인 질문 이어져
가족을 동반해 경북 포항에서 올라온 주부,문예창작과 학생,시 창작에 입문하려는 주부,‘참 교육’을 시키려 중학 3학년 딸을 데리고 어머니 등 일상 속 모습은 달랐지만 시의 아우라를 호흡하려는 진지함은 닮았다.
이튿날 일정은 철암 탄광 현장과 한강과 낙동강 발원지인 검룡소·황지 연못 탐방 등 창작 기행.웬만한 가이드 못지 않은 말솜씨를 자랑하는 정연수 태백문협지부장의 안내를 받으며 참가자들은 시상을 구상하며 사색에 젖었다.저녁에 평론가 홍용희의 강연과 분과별 창작교실이 끝난 뒤 못다한 ‘시 얘기’가 숙소 앞마당에서 이어졌다.시를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이는 동안 태백산의 밤이 깊어갔다.마지막날 오후 평론가 유성호 운영위원장의 ‘시와 죽음’의 강연과 현장 백일장 수상식과 폐교선언으로 시인학교는 막을 내렸다.
●알찬 내용에 못미치는 성긴 진행 아쉬워
처음이라서 그랬을까? 첫 ‘산상 시인학교’는 곳곳의 성긴 진행으로 참가 독자들의 열기에 부응하지 못했다.독자보다는 시인이 많이 참가해 애초의 취지가 빛이 바랬다.
행사를 기획한 태백문협지부장 정연수 시인은 “참가한 독자와 시인,태백문인과 중앙 문인 등의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돼 다행”이라면서도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내년부터는 ‘창작지도 교실’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탄전 문학’ 등 태백시의 특성이 실린 시인학교로 거듭 나겠다.”고 말했다.
태백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해마다 이 맘때면 여러 시인학교가 열려 ‘예비 시인’들을 설레게 한다.올해는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강원도 태백시 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제1회 태백산 산상 시인학교’가 눈길을 끌었다.강변이나 바닷가 혹은 섬이 아닌 산에서 시인학교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숲의 바다’에 안긴 100여명의 시인과 독자들은 시와 삶을 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창작기행을 통해 시심을 가다듬었다.일상에서 벗어나 ‘반역의 정신’을 잉태하려는 현장을 다녀왔다.
●100여명 시인·독자들이 참가
23일 오후 5시30분 45명의 서울측 참가자를 태운 버스가 태백시 청소년수련원에 도착했다.태백의 문인·독자들과 먼저 도착한 문인수·이종암 등 대구·경북의 시인들이 환대했다.방 배정을 받은 뒤 시인인 신경림 교장의 개교 선언으로 공식 일정이 시작됐다.신 교장은 “좋은 시를 낳는 비약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덕담했다.시인 오세영 서울대교수는 시와 산문을 곡선과 직선의 길에 비유하면서 “삶 자체가 목적인 행위가 시”라고 말했다.이재무 계간 ‘시작’ 주간은 ‘생태 시에 대하여’라는 강의에서 합리성에 매몰된 근대 서구중심의 패러다임을 비판하고 시적 대안으로써 생체시의 가능성을 모색하자고 강조했다.
어느덧 밤 9시.독자들은 피곤도 잊은 듯 3개조로 나눠 시인학교의 하이라이트인 ‘시인과의 대화 및 시 창작지도 교실’에 참가했다. “생각은 많이 떠오르는데 진술이 안돼요”(서울 주부)“ 시라고 끄적거리는데 모양을 갖추고 있는지…”(태백 전도사) “서정시를 잘 쓰려면?”(서울 주부) 등 묻어둔 사연이 쏟아졌다.
김상미 시인은 “일단 좋은 시를 많이 읽고 따라 써보라.한 사물을 직접 묘사하기 보다는 그것을 연상시키는 다른 이미지로 접근해보라.”고 자상하게 설명했다.옆반에 있는 이경림 시인은 시 ‘거울’ 창작 경험을 들려주었다. “거울에 비친 모든 사물을 그대로 묘사하다가 마지막 1행에서 내 생각을 담았다.처음부터 단어로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써라.좋은 시에 대한 욕심을 버리라.”고 말했다.넘쳐나는 질문에 김왕노 시인은 아예 “내일 자작시를 갖고 와서 읽으며 토론하자.”고 주문했다.
●진지하고 열정적인 질문 이어져
가족을 동반해 경북 포항에서 올라온 주부,문예창작과 학생,시 창작에 입문하려는 주부,‘참 교육’을 시키려 중학 3학년 딸을 데리고 어머니 등 일상 속 모습은 달랐지만 시의 아우라를 호흡하려는 진지함은 닮았다.
이튿날 일정은 철암 탄광 현장과 한강과 낙동강 발원지인 검룡소·황지 연못 탐방 등 창작 기행.웬만한 가이드 못지 않은 말솜씨를 자랑하는 정연수 태백문협지부장의 안내를 받으며 참가자들은 시상을 구상하며 사색에 젖었다.저녁에 평론가 홍용희의 강연과 분과별 창작교실이 끝난 뒤 못다한 ‘시 얘기’가 숙소 앞마당에서 이어졌다.시를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이는 동안 태백산의 밤이 깊어갔다.마지막날 오후 평론가 유성호 운영위원장의 ‘시와 죽음’의 강연과 현장 백일장 수상식과 폐교선언으로 시인학교는 막을 내렸다.
●알찬 내용에 못미치는 성긴 진행 아쉬워
처음이라서 그랬을까? 첫 ‘산상 시인학교’는 곳곳의 성긴 진행으로 참가 독자들의 열기에 부응하지 못했다.독자보다는 시인이 많이 참가해 애초의 취지가 빛이 바랬다.
행사를 기획한 태백문협지부장 정연수 시인은 “참가한 독자와 시인,태백문인과 중앙 문인 등의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돼 다행”이라면서도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내년부터는 ‘창작지도 교실’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탄전 문학’ 등 태백시의 특성이 실린 시인학교로 거듭 나겠다.”고 말했다.
태백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2004-07-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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