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광풍 휩싸인 브라질… 성난 시위대, 군부에 “쿠데타하라”

탄핵 광풍 휩싸인 브라질… 성난 시위대, 군부에 “쿠데타하라”

오상도 기자
입력 2016-03-14 23:04
업데이트 2016-03-14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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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앞두고 400개 도시서 “호세프 퇴진” 반정부시위

상파울루 140만 등 600만 거리로…군부 독재 종식 이후 최대 규모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룰라와 호세프를 감옥에 보내려고 거리로 나왔지요. 공산주의자의 가면을 쓴 사기꾼일 따름입니다.”(알사이즈 랭쉬·51·전직 엔지니어)

“법의 힘으로 단죄할 수 없다면 쿠데타라도 일으켜야 합니다. 정부와 의회 모두 썩었어요.”(두발 산체스·77·퇴직 은행원)

브라질이 ‘탄핵 광풍’에 휩싸였다. 일요일을 맞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전국 400여 도시에서 약 600만 시민이 거리로 몰려나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과 부패 의혹에 휩싸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의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시위는 군부 독재를 종식시킨 1984년 4월의 군중집회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역설적이게도 시위대는 군부에 쿠데타를 촉구했다.

경찰 추산에 따르면 상파울루에서만 140만 시민이 거리에 쏟아졌다. 오는 8월 올림픽이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의 해변에선 ‘공산주의 아웃’, ‘우리는 베네수엘라와 다르다’는 내용의 현수막들이 등장했다. 시위 현장은 최악의 경제위기를 방치해 온 현 정부에 대한 분노로 점철됐다. 치솟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은 국제 유가와 원자재값 하락 등과 맞물리면서 시민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다고 NYT는 분석했다.

여기에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배신감이 폭발했다.

시위는 최대 도시인 상파울루에서 절정을 이뤘다. 중심가인 파울리스타 대로에선 브라질자유운동(MBL) 등 우파 시민단체와 제1야당인 브라질사회민주당(PSDB), 상파울루산업연맹 등이 주축이 된 거리 행진이 이어졌다. 참가자 대다수가 전문직, 중산층 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시위가 3년 전 촉발됐던 국민 저항운동으로 번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에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반발해 시위가 일어났다.

이번 시위로 당장 집권노동자당(PT)이 주축이 된 연립정권에 균열이 예상된다. 또 20여년 만에 브라질 경제를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다고 외신들은 경고했다. 당장 10년 넘게 PT와 연정을 꾸려 온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은 연정 중단을 놓고 장고에 돌입했다.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이끄는 PMDB는 연방 상·하원 의장직도 보유하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이 최근 룰라 전 대통령에게 입각을 제의한 것이 국민 여론을 급격히 악화시켰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룰라 전 대통령이 장관직에 오를 경우, 호세프 대통령과 함께 면책 특권을 인정받아 최소 수년간 검찰 조사를 피할 수 있게 된다. 이들을 지지하는 친정부 시위대는 오는 18~20일 전국적으로 맞불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이날 브라질리아대학과 상파울루대학의 일부 교수는 정국 안정을 위해 레임덕에 빠진 호세프 대통령의 조속한 퇴진이나 탄핵을 촉구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6-03-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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