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의 망령’ 불러들인 독일 극우, 제1당으로…분단 독일의 잔재

‘나치의 망령’ 불러들인 독일 극우, 제1당으로…분단 독일의 잔재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4-09-02 18:24
수정 2024-09-0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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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D(독일을 위한 대안) 당의 주요 후보 비요른 회케가 1일(현지시간) 튀링겐 주의회 선거 당일 개표가 끝난 후 동독 에르푸르트에 있는 튀링겐 주의회에 도착했다. 에르푸르트 AFP 연합뉴스
AfD(독일을 위한 대안) 당의 주요 후보 비요른 회케가 1일(현지시간) 튀링겐 주의회 선거 당일 개표가 끝난 후 동독 에르푸르트에 있는 튀링겐 주의회에 도착했다.
에르푸르트 AFP 연합뉴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독일에서 최초로 극우 정당이 지방선거에서 제1당에 올랐다. 1945년 이후 줄곧 나치 정권의 과오에 대해 사과해온 독일에서 극우 정당이 부상한 선거 결과는 적잖은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독일 사회는 통일 독일 전 동독 지역이던 튀링겐과 작센 주에서 극우 정당이 세력을 키운 원인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ZDF가 발표한 튀링겐 주의회 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독일대안당(AfD)은 전체 88석 의석 중 32석(32.8%)을 획득해 1위를 차지했다. 기독민주연합(CDU)은 23석(23.6%)으로 2위로 내려앉았다. 같은 날 선거를 치른 이웃 작센주에서 AfD는 30.6%(전체 120석 중 41석)를 득표해 1위 CDU(31.9%,42석)를 1.3% 포인트 차로 바짝 추격했다.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독일을 이끌어 온 주류 정당인 CDU가 이 지역에서 패배한 건 처음이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비요른 회케(52) AfD 튀링겐주 대표는 역사교사 출신으로, 2013년 AfD를 창당하는 데 동참햇다. 2015년 아돌프 히틀러 생가를 방문해 논란을 일으켰고, 과거사 반성은 “독일의 자학”이라고 봤다. 독일 연방헌법수호청은 그를 극단주의자로 분류해 국가정보국이 계속 주시했다. 2021년 연설에서 나치 독일 당시 슬로건인 “독일을 위한 모든 것”이라는 금지 문구를 사용해 두 차례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독일 일간 슈피겔은 그는 ‘AfD의 진짜 보스’라고 칭하고 있다.

선거 결과에 대해 외신들은 “냉전 시절 공산주의 정권 지배를 받았던 지역에서 중도 주류 정치세력이 극우 정당의 부활을 왜 막지 못한 환경에 대해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민생 경제 위기’를 극우가 약진한 이유로 짚었다. FT는 “옛 동독 지역 주민들은 기성 정치 세력에 깊은 환멸을 느끼고 있다”면서 “유권자들은 고물가, 경제 침체, 에너지 비용 급등의 원흉이 중도 세력에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통일 전 동·서독 간 격차는 압도적으로 높았으나 현재는 그 격차가 상당히 해소된 상황이다. 하지만 소득·고용·생활 수준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는 데 불만을 느낀 주민들에 동독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자극한 AfD의 선거전략이 먹혀들었다고 동독 출신 사회학자 슈테펜 마우는 분석했다.

가디언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는 마침내 ‘함께 속한 것이 함께 커나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35년이 지난 지금 이런 유기적 회복의 은유는 너무나 낙관적으로 들린다”고 꼬집었다.

이 선거에서 동독의 구 공산당 출신 자라 바겐크네히트(55)가 이끄는 신생 포퓰리즘 좌파 정당 자라바겐크네히트연합(BSW)은 두 주에서 모두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BSW은 튀링겐에서 15.8%, 작센에서 11.8%를 득표했다. BSW는 두 지역의 차기 집권 세력을 결정하는 ‘킹메이커’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선거에서 3당 연립정부를 꾸린 사회민주당(SPD), 녹색당(Grüne), 자유민주당(FDP)은 이번 선거에서 모두 한 자릿수 지지율로 떨어졌다. 튀링겐주에서 SPD는 사상 최저 득표율인 6.1%를 기록했고, 녹색당 FDP 모두 의석 확보를 위한 마지노선인 5%를 넘지 못해 1석도 얻지 못했다.

원내에서 정치적 스펙트럼 양극단 세력이 커지고, 중도 정치 세력의 비중은 줄면서 유럽 정치에서 오랜 주류였던 독일의 정치적 입장도 ‘연합 회의론’, ‘반이민’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두 주에서 AfD는 의석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해 주 헌법 개정, 헌재 재판관 임명 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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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당장 AfD가 집권할 가능성은 낮다. 다른 모든 정당이 AfD와의 연정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CDU 역시, AfD나 BSW의 도움 없이 연정을 꾸리는 건 불가능하다. 독일 공영방송 ZDF는 집권 3당과 BSW의 의석을 다 합해도 전체 88석인 튀링겐 주의회에서 과반(45석)에 한 석이 모자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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