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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첫 환자는 中우한 시장 노점상”…사이언스 논문 발표

“코로나19 첫 환자는 中우한 시장 노점상”…사이언스 논문 발표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1-11-19 09:37
업데이트 2021-11-1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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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수산시장이 발원지일 가능성 무게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팀이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수산시장에서 중요한 단서를 발견한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사진은 코로나19의 최초 발원지로 거론되는 후베이성 우한의 화난수산시장. 우한 AP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팀이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수산시장에서 중요한 단서를 발견한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사진은 코로나19의 최초 발원지로 거론되는 후베이성 우한의 화난수산시장. 우한 AP 연합뉴스
코로나19 최초 환자가 중국 우한의 화난수산물도매시장에서 일하던 한 노점상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당초 수산시장에 가보지 않은 한 회계사가 최초 환자라고 판단했는데, 이번 논문은 이 회계사의 증상이 알려진 것보다 늦게 나타났고 그보다 앞서 증상이 나타난 환자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대 진화생물학자인 마이클 워로비 박사는 지난 2019년 12월 대유행 초기 상황을 재구성한 논문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이번 논문은 12월 11일 증상이 발현된 ‘웨이구이샨’이라는 이름의 여성이 코로나19 최초 환자라고 명시했다.

화난수산물시장을 방문한 적이 없는 회계사가 최초 환자라는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 내용을 뒤집고 이 시장이 코로나19의 발원지임을 시사하는 결론이다.

WHO “1번환자는 40대 회계사…수산시장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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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기원 밝혀낼까… WHO조사단 中우한 도착
코로나 기원 밝혀낼까… WHO조사단 中우한 도착 1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 공항에 도착한 세계보건기구(WHO) 조사단이 버스에 오르고 있다. 다국적 전문가로 구성된 WHO 조사단은 우한에 격리기간을 포함해 한 달가량 머물면서 2019년 말 코로나19가 집단 발병한 화난 수산시장 등을 조사한다. WHO는 지난해 2월과 7월에도 조사단을 파견했지만, 우한에 가지 못하고 베이징 근처에 머무른 바 있다.
우한 로이터 연합뉴스
앞서 WHO는 ‘1번 환자’로 우한의 회계사 천모(41)씨를 특정해 코로나19 기원조사 보고서에 기재했다.

올해 초 코로나19 기원조사를 위해 현장을 방문한 WHO 조사팀은 현지 병원의 설명만 듣고 천씨가 12월 8일 처음 증상을 보인 최초의 코로나19 환자라고 판단했다.

화난시장을 방문하거나 야생동물을 접한 적이 없는 천씨를 최초 환자로 판단한 탓에 WHO는 화난수산물시장이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아닐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천씨의 거주지는 화난수산물시장에서 30㎞ 떨어진 곳에 있었다.

화난수산물시장은 코로나19의 정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만큼 발병 초기에 감염의 진원지로 지목된 곳이다.

논문 “초기 환자들, 수산시장 너구리 판매구역 방문”
우한시 경계의 화난수산시장/로이터 연합뉴스
우한시 경계의 화난수산시장/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이번 논문은 천씨가 당시 이를 뽑는 치과 수술을 받고 열이 나 항생제를 처방받은 사실을 WHO가 간과했다고 봤다.

천씨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2월 16일에 열이 났고 가슴이 아팠다. 말만 해도 숨이 찼다”라면서 코로나19 증상은 나중에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천씨가 코로나19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던 2019년 12월 8일의 발열 증상은 치과 수술에 따른 것이고, 실제 코로나19 증상은 8일 뒤인 12월 16일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 천씨가 증상이 시작되기 직전 화난시장의 북쪽을 다녀온 적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대신 워로비는 화난시장의 수산물 노점상인 웨이구이샨을 첫 환자로 지목했다.

웨이구이샨은 앞서 WSJ과의 인터뷰에서 12월 10일부터 아팠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최초 집단감염이 일어난 곳으로 추정되는 중국 후베이성 화난수산물도매시장의 지난해 12월 모습. 현재는 대부분이 폐쇄됐고 대로변의 일부 상점만 운영 중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식용 동물을 잘라 길거리에서 말리고 있어 위생 등 우려가 나온다. 우한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코로나19 최초 집단감염이 일어난 곳으로 추정되는 중국 후베이성 화난수산물도매시장의 지난해 12월 모습. 현재는 대부분이 폐쇄됐고 대로변의 일부 상점만 운영 중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식용 동물을 잘라 길거리에서 말리고 있어 위생 등 우려가 나온다. 우한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워로비의 분석 결과 알려진 초기 확진자 19명 중 10명은 화난수산물시장에서 일했거나, 그곳을 방문했거나, 이런 사람들과 접촉하는 등 이 시장과 직·간접적인 연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워로비 박사는 화난시장에 나온 초기 환자들이 대부분 너구리를 파는 구역을 방문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에 대해 워로비 박사는 “살아있는 야생동물을 거래하는 시장이 팬데믹의 기원이라는 강력한 증거”라고 분석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이 화난시장에서 시작됐으며,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워로비 박사는 논문에서 “1100만명이 사는 이 도시에서 초기 환자의 절반이 축구장 1개 크기의 장소와 연관돼 있다”면서 “전염병 유행이 이 시장에서 시작되지 않았다면 이러한 패턴을 설명하기 매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전자 데이터와 기존 논문, 언론 보도, 초기 환자들의 인터뷰 내용 등을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워로비 박사는 밝혔다.

‘실험실 유출설’ 배제할 수 없다는 반론 여전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기원 조사단이 코로나19 중국 기원 가능성을 제기한 가운데 ‘발원지’로 거론되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의 우한연구소. 우한 EPA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기원 조사단이 코로나19 중국 기원 가능성을 제기한 가운데 ‘발원지’로 거론되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의 우한연구소. 우한 EPA 연합뉴스
그러나 여전히 ‘실험실 유출설’ 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다른 과학자들은 이번 논문만으로 코로나19가 화난시장에서 맨 처음 시작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유출 등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뉴욕 컬럼비아대학의 바이러스학자 이안 리프킨 박사는 NYT에 “워로비 박사는 이용 가능한 데이터를 통해 초기 발병 상황을 탁월하게 재구성해 합리적인 가설을 세웠다”면서도 “그러나 2년 전 일이고 여전히 불투명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당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낼 길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WSJ가 지난 5월 정부 보고서를 인용해 ‘코로나19 발병 보고 전인 2019년 11월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연구원 3명이 코로나19와 비슷한 증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음모론 수준으로 취급받던 ‘연구소 유출설’이 학계의 진지한 관심을 받았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보기관에게 코로나19 기원 재조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미 국가정보국(DNI)이 공개한 코로나19 기원 검토보고서 전문에 따르면 미 정보기관들은 ‘연구원들의 입원만으로는 기원을 판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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