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도심 분수탑에서 나온 초대 시장의 심장... 무슨 사연이길래

벨기에 도심 분수탑에서 나온 초대 시장의 심장... 무슨 사연이길래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0-09-02 13:59
업데이트 2020-09-0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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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베르비에 초대 시장 피에르 다비드의 심장보관함.BBC
벨기에 베르비에 초대 시장 피에르 다비드의 심장보관함.BBC
벨기에 동부 도시 베르비에 한 가운데 우뚝 솟은 화려한 분수대 기념탑 안에서 초대 시장의 ‘심장’이 발견됐다. 140년 가까이 된 분수대 보수 공사를 위해 해체하는 과정에서 분수대 기념탑 최상단에 설치된 인물상의 가슴 부근에서 아연으로 만든 보관함이 나왔다. 이 보관함 안에는 알콜병 속에 사람의 장기가 ‘완벽한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다고 영국 BBC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역에서 구전으로 내려오던 이야기가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장기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베르비에시 초대시장인 피에르 다비드. 그의 이름을 딴 기념탑은 지난 1883년 세워졌는데, 보관함에는 “피에르 다비드의 심장은 1883년 6월 25일 기념탑 속에 엄숙히 안치한다”고 적혀 있었다. 현재 보관함은 초대 시장과 관련된 문헌들과 함께 시립 미술관에 전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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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되는 벨기에 베르비에 시의 다비드 분수. BBC
해체되는 벨기에 베르비에 시의 다비드 분수. BBC
베르비에시에서 공보 업무를 하는 막시메 드게이는 “도시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사실이었다”며 “심장이 든 상자는 분수대의 상단 다비드상의 가슴 근처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부들이 해체 공사 도중 발견했다”며 “매우 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다비드 시장은 58세이던 1839년 가을 건초더미 속에서 일하다 사망했다. 도시는 그를 기리는 기념물 설립을 위한 자금 모집에 들어갔고, 유족들은 그의 심장을 떼어가는데 동의했다. 베르비에시 웹사이트에 따르면 화려한 장식의 기념탑을 세우는데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데 수 년이 걸렸다. 그 사이 그를 추모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 끝에 분수대 기념탑을 짓기로 결정됐다. 이후 기념탑이 완공될 때까지 44년 간 그의 심장은 시청에 보관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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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 미술관에 전시 중인 베르비에 초대 시장의 심장이 든 보관함과 문헌 기록들. BBC
시립 미술관에 전시 중인 베르비에 초대 시장의 심장이 든 보관함과 문헌 기록들. BBC
다비드는 어떤 인물일까. 그는 1830년 벨기에가 독립 국가로 수립되던 시기를 중심으로 한 격동의 시대에 살았다. 1798년부터 시 업무를 총괄하던 그는 오늘날의 벨기에가 프랑스 지배를 받던 1800~1808년 처음 시장을 지냈고, 1830년 다시 시장으로 선출됐다. 특히 그는 당시로는 매우 혁신적이었던 소방 업무과 중등 교육을 시작했다. 그는 프랑스 혁명의 이념을 지지하는 친불파(親佛派)였지만, 1815년부터 1830년 사이에는 네덜란드의 지배를 견뎌야 했다. 1830년 네덜란드에 반기를 든 혁명으로 도시가 크게 훼손됐을 당시 다비드는 도시 질서 회복과 재건으로 널리 존경받았다. 제국주의 시대 잇단 혼란을 겪던 도시에 평화를 가져온 것이 그의 가장 큰 공로였다고 브뤼셀타임스는 전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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