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 한마디면 충분한데 스와질란드→에스와티니 왜 오래 걸렸을까

국왕 한마디면 충분한데 스와질란드→에스와티니 왜 오래 걸렸을까

임병선 기자
입력 2018-04-20 11:33
수정 2018-04-2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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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님 말씀 하나면 충분하다. 아프리카에 유일하게 남은 왕정국가인 스와질란드(Swaziland) 국왕인 음스와티 3세가 국호를 에스와티니(eSwatini) 왕국으로 바꾸겠다고 선포했다.

음스와티 3세는 19일(현지시간) 이 나라 제2의 도시 만지니에서 열린 독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스와질란드는 이제 본래의 이름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에스와티니는 고유 언어인 스와지어로 ‘스와지인의 땅’이란 뜻이다. 음스와티 국왕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독립할 때 식민지로 되기 이전 고유의 이름으로 되돌아갔다”며 “지금부터는 공식적으로 에스와티니 왕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념식은 국왕의 50세 생신 축하연이기도 했다.

스와질란드는 1906년 영국 보호령으로 됐다가 1968년 독립했으나 스와질란드라는 국명을 유지했다. 일부에서는 스와지어와 영어를 뒤섞었다며 반발했고, 최근 몇 년 국호 개명 움직임이 있었다. 2015년에는 의회에서 논의되기도 했는데 국왕이 전격적으로 선포하며 확정됐다.
AFP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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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식민의 아픔을 경험한 나라들은 독립 이후 나라 이름을 바꿨다. 북로디지아는 잠비아로, 로디지아는 짐바브웨로, 냐사랜드는 말라위, 베추아나랜드는 보츠와나로, 바수토랜드는 레소토로 개칭했다. 하지만 우간다나 케냐, 감비아 등은 영국 식민지 때의 이름을 지키고 있다.

음스와티 국왕은 지난 2014년 의회 개회식과 지난해 유엔 연설을 통해 에스와티니란 이름을 사용하는 등 여러 공식 행사에서 사용했다. 국왕은 해외 여행 때 국호가 스위스(Switzerland)로 혼동되곤 한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지난 1986년 아버지 소부자 2세가 사망하면서 18세로 즉위해 절대 군주로 군림해왔다. 지난 2006년에는 헌법을 채택해 2008년과 2013년 의회 선거가 실시됐지만, 여전히 정당 활동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둘러싸인 인구 130만명의 작은 나라 스와질란드는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절대빈곤에 시달리고 후천성면역결핍증(HIV) 보균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국왕도 그런 뜻을 갖고 있었고 그의 한마디면 충분한데 왜 이렇게 끌었을까? 영국 BBC는 바꿔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란 점을 들었다. 우선 헌법, 스와질란드 단어가 무려 200번 이상 등장한다. 국영 항공사는 스와질란드 에어링크, 화폐와 동전은 스와질란드 중앙은행이라고 박혀 있다. 정부 홈페이지는 국왕의 명령 뒤에도 여전히 스와질란드라고 돼있고, 군경도 마찬가지다. 국제연합이나 커먼웰스에도 새로운 국호를 등록해야 한다.

여기에 인터넷 도메인, 자동차 번호판, 국가대표 유니폼, 도로 표지, 우표 등을 모두 바꿔야 한다. 사실 남수단은 독립을 선언한 뒤 도메인 주소를 ‘ss’로 했다가 나치의 슈츠슈타펠(SS)친위대와 혼동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적잖이 당황했다. 하나 다행스러운 건 국가에는 국호가 등장하지 않는 것이고, 여권도 당장 급하게 바꿀 필요는 없어 보인다. 여행 문서에는 에스와티니가 작은 활자로 병기돼 있는 점이라고 영국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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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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