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비만 잡으려는 세계

세금으로 비만 잡으려는 세계

유대근 기자
입력 2011-10-02 00:00
수정 2011-10-0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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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버터와 우유 등에 ‘비만세’ 부과

 점점 뚱뚱해지는 국제사회가 비만과의 전쟁을 위해 ‘세금’이라는 무기를 꺼내 들었다. ‘낙농업의 나라’ 덴마크가 버터와 우유 등에 ‘비만세’를 매기면서 ‘전면전’을 선포하자 영국과 스위스, 루마니아 등에까지 ‘도미노 효과’가 퍼질 기미를 보인다. 국민 3명 중 1명이 비만인 미국도 ‘카우치 포테이토’(소파에서 감자칩을 먹고 TV만 시청하며 하루를 보내는 뚱뚱한 사람)를 줄이기 위해 ‘징세 카드’를 만지작 거린다. 국민 건강도 챙기면서 바닥난 재정도 채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덴마크 정부는 1일(현지시간)부터 포화지방산이 2.3% 넘게 함유된 제품에 지방 1㎏당 16크로네(약3400원)의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비만세는 버터와 우유는 물론 피자, 식용유, 육류, 조리식품까지 포화 지방을 함유한 모든 식품에 적용된다. 지방 성분을 포함한 전제품에 비만세를 매기는 것은 덴마크가 처음이라고 BBC가 전했다. 덴마크는 이미 90여년 전부터 사탕류에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고 세계 최초로 트랜스 지방 사용을 금지하는 등 국민 건강을 위해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정책 시행 일주일 전부터 덴마크의 식료품점은 사재기를 하려고 몰려든 주부 등으로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비만세가 부과되면 250g짜리 버터를 사는데 징세 이전보다 2.2크로너(약 445원)를 더 줘야 하기 때문이다. 수도 코펜하겐의 한 슈퍼마켓 주인은 “가게 진열장이 텅 비었다.”면서 “사람들은 집 냉장고에 음식을 가득 채우고 있다.”고 전했다.

 덴마크 보건당국이 앞서나가자 늘어나는 ‘뚱보’ 탓에 고심하는 유럽 각국 정부도 바빠지게 됐다. 헝가리는 이미 지난달부터 지방, 염분, 설탕 등이 많이 함유된 음식에 개당 10포린트(55원)를 부과했다. 헝가리의 비만율은 18.8%로 유럽연합(EU) 국가의 평균(15.5%)보다 높다. 헝가리 정부는 비만세 덕에 연간 7400만유로(약1120억원)가량의 세수가 늘 것으로 전망했다. 이 돈은 건강 관련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비만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 (건강관련 재정에) 더 많이 공헌해야 한다.”며 비만세 징수를 정당화했다.

 영국도 비만세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옥스퍼드대 건강증진연구그룹의 마이크 라이너 교수는 “영국도 비만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덴마크처럼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건강식인 과일과 채소류 등에 대해 세금을 깎아주면 해마다 3200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르키 카타이넨 스위스 총리도 “덴마크의 계획은 우리에게도 흥미로운 것”이라고 말했고 스웨덴도 덴마크 사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최대 비만국인 미국은 ‘탄산음료세’ 등을 통해 비만 인구 줄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워싱턴과 매릴랜드 등 33개 주에서 이미 탄산음료에 세금을 물리고 있고 연방정부 차원의 탄산음료세 도입도 추진 중이다. 또 소금·설탕·지방 함량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는 업체에 대해 TV 및 라디오, 인터넷 광고 등을 못하도록 하는 법안도 의회에 제출돼 있다.

 하지만, 비만세를 고깝게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지방 함유량이 높은 패스트푸드를 먹는 인구가 주로 저소득층인 탓에 당장 “가난한 사람들에 ‘세금폭탄’을 떨어뜨리는 꼴”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덴마크 산업연맹(DI) 식품부 대변인은 “이번 조치가 건강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이 세금에 따른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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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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