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대통령·외교대표 입지가 이래서야…

EU대통령·외교대표 입지가 이래서야…

입력 2010-03-02 00:00
수정 2010-03-02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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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축축한 걸레 조각 같은 카리스마에 하급 은행직원의 외모를 지녔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유럽의회 의사당에서 그리스 지원에 대한 유럽연합(EU) 정상회의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헤르만 판롬파위 EU 상임의장을 향해 영국독립당(UKIP)의 나이젤 파라지 대표는 “당신은 누구요? 난 지금까지 당신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소.”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파라지 대표는 동료 의원들의 비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의장으로부터 2일 공식적으로 견책 처분을 받을 예정이다. 비단 파라지 한 사람이 판롬파위 의장에 대한 여론 전체를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벨기에 출신의 무명 정치인에서 초대 EU 대표가 된 그의 불안정한 입지를 보여주는 사례임은 분명하다.

판롬파위는 사실상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낙마시키고 의장 자리에 올랐다. 그런 만큼 영국은 그에 대한 반감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영국 출신의 캐서린 애슈턴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와 역할 분담을 놓고 전쟁 아닌 전쟁을 벌이고 있다. 당장 오는 6월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EU 대표로 누가 참석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EU 의장직이 신설됐음에도 순번의장국 제도가 계속 유지되면서 대내외적으로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과 EU는 1991년 이후 매년 정상회의를 가져왔다. 하지만 올해 회의를 판롬파위 의장이 아닌 상반기 EU 순번 의장국인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가 주재키로 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회의 불참을 결정했다.

애슈턴 외교대표의 경우 외교 경험이 거의 없음을 놓고 그에 대한 자격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고위 외교직에 있음에도 프랑스어를 전혀 못한다는 점부터 아이티 지진 참사 당시 현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았다는 것까지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고위대표직을 뒷받침하는 조직인 유럽대외관계본부(EEAS) 주요 직책을 영국 출신들로 채우면서 권한 남용 비판까지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영국을 견제하는 입장에 있는 프랑스와 독일의 심기를 건드리면서 오히려 스스로 입지를 좁히고 있는 셈이다.

판롬파위 의장의 경우 2020년 EU 차원의 경제 목표와 정책에 대한 보고서를 혼자 작성하려고 했다가 ‘제왕적’이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동시에 EU 의장으로서 27개국의 의견을 한데 모으는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받는 등 초대 의장으로서 신고식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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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2010-03-0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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