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주택·요트 매물 속출… 월街 몰락

고급주택·요트 매물 속출… 월街 몰락

이재연 기자
입력 2008-10-07 00:00
수정 2008-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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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의 중심지 월스트리트가 금융위기로 된서리를 맞으면서 돈을 물쓰듯 했던 소비 문화도 안녕을 고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화려한 파티, 고급 요트와 주택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쏟아부으며 부를 과시하던 월가(街)의 전성시대는 끝났다고 전했다.

지난 20년 동안 월가에서 부자의 개념은 완전히 달라졌다. 젊은 트레이더들은 닷컴 붐 속에 하룻밤에 백만장자로 변신했다. 쉽게 빌린 돈으로 각종 별난 파생상품에 투자해 벼락부자가 될 수도 있었다. 당연히 씀씀이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1982년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의 거부’ 400명에 들려면 현재 달러 가치로 1억 5900만달러(약 2000억원)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최소한 13억달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리먼 브러더스 등 대형 투자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해고된 사람들이 속출하면서 월가에 찬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NYT는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여겨진 파티는 이제 끝났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파장(罷場)이 부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요트시장이다. 요트중개인 조너선 베켓은 “호화요트는 금융위기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분야”라면서 “지난 8년 동안 요트를 팔려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최근 1000만달러∼1억 5000만달러 사이의 매물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대저택 시장에도 고가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리먼 브러더스의 전 최고운영책임자(COO) 조지프 그레고리는 회사가 파산호보신청을 하기 직전인 지난 여름 침실이 8개 딸린 해안가 저택을 3250만달러에 내놨다.

중개인들은 “한달 1만 1500달러선에 거래되던 고급주택의 월세가 8000달러까지 떨어졌다.”면서 “앞으로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 주택시장이 한파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을 팔려는 가격과 매수희망가 사이의 간격이 커졌기 때문이다.

월가 금융회사 직원의 실직과 보너스 삭감으로 스튜디오 같은 소형 아파트 시장도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비싼 파티장을 대여하던 파티 문화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이벤트 주선업체 사장인 조지프 토드는 “한 고객이 결혼파티 장소로 8만∼10만달러가 드는 곳을 예약했다가 지금은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 알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급 스트립 클럽 역시 손님이 없어 파리를 날리긴 마찬가지다.

기부활동을 하는 재단이 타격을 면치 못하는 것은 금융위기 시대의 또다른 그늘이다. 재단이 보유한 자산이 주가가 급락하는 바람에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다.AIG 주식 1550만주를 보유한 스타파운데이션의 자산은 2006년말 대비 3분의 1인 10억달러가 증발했다. 리먼브러더스 재단도 상황은 비슷하다.

‘월 스트리트-미국의 꿈의 궁전’의 저자인 스티브 프레이저는 “자유 시장에 심취했던 시대가 종말을 고하기 시작했다.”면서 “1929년 대공황,1987년 블랙 먼데이 때와 같은 충격의 분위기가 월가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2008-10-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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