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 어디 다녀요?” “대치동 ○○○○요. 레테 봐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하네요.”
최근 후배 결혼식장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30대 젊은 엄마들의 대화다. 세대차인지 다 알아듣기 힘들었다. 옆자리 지인이 친절하게 해석해 줬다. ‘영유’는 영어유치원, ‘레테’는 레벨 테스트. 그 유명하다는 ‘4세·7세 고시’의 ‘주범’인 영어유치원(영어학원 유아부 또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대한 이야기였다.
4~7세 때 내가 무엇을 했는지는 기억이 다 나지 않지만 종종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4~6세 때는 집 마당에서 키우던 진돗개 ‘백구’와 하루 종일 뛰어놀았다. 7세 때는 교회 부설 유치원 마당에서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았다. 공통점은 몸을 움직이면서 관계성을 배웠다는 것. 교육학자와 심리학자 등은 4~7세는 놀이와 사회성·정서 발달을 위한 시기이지 시험과 경쟁을 위한 시기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아이들이 명문 영어유치원과 유명 영수학원에 들어가려고 4세·7세 고시 공부에 매달린다는 뉴스가 넘쳐났다. 영유아 때 시작된 사교육 경쟁이 결국 의대 입학 경쟁으로까지 이어지는 것 아닌가.
교육부가 처음 조사해 지난해 3월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세 미만 미취학 아동의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33만 2000원. 특히 영어유치원의 월평균 비용은 해마다 올라 154만 5000원이나 됐다. 소득별 사교육비 격차는 7배에 육박했다.
결국 교육부가 칼을 빼들었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만 3세(36개월) 미만에 대한 학원의 지식주입형 교습행위가 법으로 금지된다. 또 만 3세 이상에게는 하루 3시간을 초과해 지식주입형 교습을 하면 안 된다. 사실상 영어유치원이 주요 타깃인 셈이다.
영유에서 레테를 보는 선행학습 대신 자연을 배우고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 시간을 허락하자. 심신이 건강하지 않은 아이들이 영어를 잘한들 사회에서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겠는가.
김미경 논설위원
2026-04-0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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