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군부·미국 내편 하나 없다”

“여론·군부·미국 내편 하나 없다”

최종찬 기자
입력 2008-02-16 00:00
수정 2008-02-16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9년째 철권통치를 하고 있는 베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다.18일(이하 현지시간) 실시되는 총선에서 야당들의 압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 무샤라프에 대한 퇴진 압력이 거세질 것이고 군부도 무샤라프의 버팀목 역할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테러와의 전쟁’ 이후 그의 막강한 후원자인 미국도 등을 돌릴 확률이 높다.

파키스탄인민당(PPP) 중앙집행위원인 바바르 아완은 15일 AP통신에 “무샤라프를 축출하는 것이 파키스탄을 민주주의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라며 “총선에서 이기면 그를 제거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지난해 12월27일 암살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이끌던 PPP의 지지율이 무려 50%에 달했다. 무샤라프의 최대 정적인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의 지지율은 22%로 뒤를 이었다. 반면 여당인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Q)의 지지율은 14%에 그쳤다. 이는 암살된 부토에 대한 동정 여론과 반(反)무샤라프 정서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두 거대 야당이 범 민주세력이 참여하는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한 상태여서 여론조사 결과가 현실화되면 무샤라프의 장기집권 시나리오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의원 3분의2가 찬성을 하면 무샤라프의 탄핵이 가능하다.

파키스탄 국민들이 무샤라프에 등을 돌린 지는 이미 오래다. 집권 후 친미정책을 펴고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 대한 탄압정책을 펴고 있는 그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14일 나왔다. 국민 64%가 무샤라프가 물러나야 정국이 안정된다고 믿고 있다고 BBC가 보도했다. 게다가 무샤라프에 대한 군부의 충성심도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 11월 군복을 벗은 무샤라프에 대해 군부는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군참모총장직을 물려받은 아시파크 키야니는 정부부처에 파견했던 군간부들에게 철수명령을 내리고 군인사의 정치인과의 만남을 금지시켰다. 군의 정치개입을 막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

일각에선 무샤라프가 현재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려 조직적인 선거 부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이 경우 야당과 국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와 핵무기를 가진 세계 3위의 무슬림대국은 극도의 혼란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우려된다.

유달승 한국외대 교수는 “파키스탄 정국 안정의 키를 쥐고 있는 3대 변수는 무샤라프, 두 거대야당, 군부”라며 “무샤라프가 야당의 압승을 막기 위해 선거 개입을 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럼에도 야당들이 압승을 한다면 군부가 중립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어 퇴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같은 대학 장병옥교수는 “무샤라프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알제리처럼 제2의 친위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정국 안정의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총선이 결국 무샤라프에게는 ‘독이 든 성배’가 될 듯하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2008-02-16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