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은 지난 2004년 집권한 호세 로드리게스 자파테로 정부의 총선 공약이었지만 “국론 분열을 가져온다.”는 우파들의 반발에 밀려 입법이 미뤄져 왔다.
하지만 법안의 일부 내용이 사전에 알려지면서 입법을 강력하게 지지했던 좌파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법안이 지나치게 온건하고 소심하다는 이유다.
스페인 자치주 카탈루냐의 좌익공화당은 “프랑코 독재의 희생자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프랑코 통치기 수만명의 좌파와 공화주의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약식재판의 무효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희생자들에 대한 만족스러운 보상조치가 약속되지 않은 점도 반발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좌파들의 가장 큰 불만은 마드리드 교외 로스카이도스 계곡에 자리잡은 국립묘지 ‘망자의 계곡’과 관련된다.3년간의 내전 끝에 인민전선 정부를 무너뜨리고 집권한 프랑코는 수만명의 공화파 포로들을 강제동원, 바위산을 깎아 파시스트 전몰자를 위한 대규모 묘역을 조성한 뒤 자신도 이곳에 묻혔다.
문제는 자파테로 정부가 이곳에 당시 강제동원된 사람들을 기리는 박물관을 세우려고 한다는 점이다.
방문자들에게 아픈 역사를 있는 사실대로 보여줌으로써 비극의 장소를 화해를 다지는 공간으로 바꿔나가자는 논리다.
그러나 희생자의 후손들은 프랑코의 무덤이 남아있는 한 이 곳은 파시스트 체제의 기념물일 수밖에 없다며 묘역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프랑코가 사망한 1975년 이후 동상이나 그의 이름을 딴 지명 등을 없애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자파테로 정부도 지난해 마드리드에 남은 그의 마지막 동상을 철거했다.
하지만 교회와 군부를 중심으로 강하게 남아있는 프랑코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감안할 때 묘역 철거는 시기상조라는 게 자파테로 정부의 판단이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이날 상정된 법안이 스페인을 격렬한 ‘역사 전쟁’의 소용돌이에 불가피하게 휘말리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