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이지운특파원|‘조용한 카페? 흥청거리는 나이트클럽? 아니면 분위기 좋은 음악이 깔리는 라이브 재즈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의 의견이 엇갈릴 때, 상하이(上海)에 있는 ‘파크 97’ 같은 곳은 확실히 고민을 덜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주말 밤, 상하이 도심의 푸싱(復興)공원. 제법 큰 식당쯤으로 보이던 한 건물에 들어서니 서로 다른 분위기의 5개 업소가 오밀조밀 들어서 있다.‘럭스(Lux)’ ‘캘리포니아 클럽’ ‘카즈바’ ‘바시’ ‘업스테어스’ 등 이름도 5개. 업태도 카페, 나이트클럽, 스포츠바,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이브 재즈바 등으로 저마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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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름과 업태가 뚜렷이 다르면서도 업소간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게 우선 눈에 띈다. 관계자에게 물으니, 본래 주인은 한 명이라고 한다. 큰 것을 좋아하는 중국인 성향을 감안하면, 한 공간으로 쓰일 법한 규모지만 일부러 다섯 곳으로 나누었다고 한다.
카페에 앉아 맥주를 마시다 보니,2층의 라이브 재즈바가 흥겨워 보인다.2층으로 자리를 옮기는 이들이 늘어난다. 한 곳에서 술이나 음료를 마시다가 언제든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게 해놓으니, 색다른 분위기를 옮겨가며 즐길 수 있다.2층의 또다른 공간에선 각국 젊은이들이 맥주병을 든 채 축구가 중계되는 대형 화면에 빠져들어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1층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정담을 나누던 연인들이 자리를 뜬다. 대신 나이트클럽이 붐비기 시작한다.
이렇게 5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재즈에서부터 록, 댄스, 발라드까지 다양한 음악이 귀를 즐겁게 한다. 지겹다는 느낌이 들 수 없는 구조다. 같은 재즈바 안이라도 무대 뒤쪽엔 조용히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각각의 공간은 그리 크지 않다. 나이트클럽만 해도 길게 이어진 게 40평 남짓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업소들은 각각 다른 것 같으면서도 하나로 이어진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각각의 업소에는 별도의 매니저가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뉴욕, 홍콩, 상하이 등 각자 다른 나라, 다른 도시 사람들이라고 한다. 다양성이 도드라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손님의 절반 이상도 외국인이다. 카페 매니저로 뉴욕 출신인 카리오스 말도나도는 “외국인에게 상하이 최대 명소”라고 자랑한다.“한 장소에서 여러 분위기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갖가지 퓨전 음식을 끊임없이 내놓는 상하이답게 유흥업소도 퓨전이랄 수 있다.
끝으로 하나 더. 파크97에선 국제적으로 제법 유명한 연주팀들의 공연도 종종 열린다. 대형 주류·담배 업체의 협찬까지 받아내는 마케팅 수완도 보통이 넘는다.
jj@seoul.co.kr
2006-07-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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