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만특파원 베이징은 지금] “불만세력 될라” 中 유랑농민 달래기

[오일만특파원 베이징은 지금] “불만세력 될라” 中 유랑농민 달래기

입력 2005-05-03 00:00
수정 2005-05-03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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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눙민궁(農民工)은 먹고살기 힘든 농촌에서 도시로 흘러 들어온 노동자들을 통칭한다.

이들은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 주로 대도시 근처에 몰려 있다. 숫자만도 1억명 안팎이다. 실업자가 되거나 각종 범죄조직에 연루되면서 최하층 빈민으로 전락,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이 눙민궁의 현주소다.

이런 눙민궁이 중국 국무원이 노동절 전야인 지난달 30일 표창장을 수여한 전국 모범 노동자 2969명 가운데 23명이나 포함됐다. 건국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중국 언론들도 2일 눙민궁들을 ‘새로운 산업역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들의 ‘인간 승리’를 앞다퉈 보도했다.

‘왕푸징(王府井)의 근위병’으로 불리며 이번에 모범 노동자가 된 셰하이바오(謝海寶·30)가 대표적이다. 그는 중국에서도 오지로 불리는 산시(山西)성 출신으로 10년전 고교 졸업 후 무작정 베이징에 올라 왔다.

먹고 살기 위해 온갖 잡일을 다하다가 보안서비스 회사에 경비로 취직, 그동안 400명이 넘는 소매치기와 좀도둑을 잡았다. 베이징시가 주는 공로상도 4번이나 수상했다.

중국 언론들은 2000위안(26만원) 안팎의 월급에도 불구하고 ‘무도둑 천하’를 만들겠다는 그의 당찬 포부를 전하면서 이 시대의 진정한 ‘모범 노동자’라고 극찬했다. 안후이(安徽)성 빈농 출신인 룽화(龍華·35) 역시 18년전 베이징으로 올라와 산전수전 다 겪은 건설 노동자다. 그는 눙민궁들을 배려해 준 정부 당국에 고마움을 표시하며 “수도 베이징 건설을 위해 신명을 바치겠다.”고 감격해 했다.

눙민궁에 대한 중국 당국의 시각 변화는 우선 ‘민궁황(民工荒)’으로 불리는 노동력 부족현상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외지인들의 도시 진입을 막았던 ‘호구제도’가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고 처우개선과 인권보호를 앞세워 노동력 이동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생계형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눙민궁들의 사회불만 세력화를 사전에 막겠다는 의도도 감지된다. 이른바 4세대 지도부의 소외계층 끌어안기다.

oilman@seoul.co.kr
2005-05-0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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