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냉동 난자

[씨줄날줄] 냉동 난자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24-08-23 03:24
수정 2024-08-23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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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여년 전에는 늦둥이가 큰 화제였다. 팝스타 마돈나와 영화배우 킴 베이신저, 샤론 스톤, 지나 데이비스 등이 마흔 살을 넘긴 출산으로 외신을 달궜다. 남성 톱스타들은 잊힐 새도 없이 ‘기록’을 갈아치웠다. 배우 앤서니 퀸은 81세 때 딸을 얻어 세상을 놀래켰다. ‘늦둥이 역사’로 말하자면 공자를 빼놓을 수 없다. 공자의 아버지는 딸 아홉에 아들 하나를 두고도 70세 넘어 증손자뻘의 공자를 얻었다.

모두 고릿적 얘기들이 됐다. 우리나라 평균 초혼 연령은 2022년 기준으로 남성 33.7세, 여성 31.3세. 평균 초산 연령은 32.6세로 갈수록 늦어진다. 국제산부인과연맹(FIGO)과 세계보건기구(WHO)의 노산(老産) 기준은 35세. 이 기준이 제시된 것이 1958년이니 기대수명 연장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취업과 결혼이 늦어지면서 난임 가정이 늘고 있는 추세다. 난임과 노산을 걱정하는 20~30대 여성들 사이에 ‘난자 냉동’ 시술이 유행이다. 여러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더라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건강한 난자를 보존해 두려는 생각에서다. 난자 채취 비용은 300만원 정도. 난자은행에 보관하는 비용은 한 해 20만~30만원이다. 전국 의료기관에서 보관 중인 냉동 난자는 2020년 약 4만개에서 지난해 10만개로 크게 늘었다. 이를 적극 도와주는 지방자치단체도 속속 등장한다. 지난해부터 서울시는 6개월 이상 거주한 20~49세 여성 650명에게 최대 200만원을 지원한다.

출산에 활용한 사례는 아직 5%뿐이다. 냉동 난자로 태어난 아이가 무탈하게 잘 자랄 수 있을지 근원적 의문을 품는 시선도 여전히 많다.

수명이 남았어도 생식능력이 멈추는 폐경 현상은 인간과 범고래, 들쇠고래만 겪는다. 최대한 많은 자손을 퍼뜨리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데 어째서 사람과 고래는 예외일까. 건강한 2세를 갈망하는 뜨거운 ‘모성’은 과학의 영역 안에서 어디까지 그 질서를 거슬러도 될까. 해답은 영원히 신의 영역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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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정 수석논설위원
2024-08-23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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