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안락사 캡슐

[씨줄날줄] 안락사 캡슐

박상숙 기자
박상숙 기자
입력 2024-07-22 03:28
수정 2024-07-22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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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에 진입한 나라들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말기암 등 불치병 앞에서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고 싶지 않다는 열망이 거세지면서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조력 사망을 합법화하는 국가들도 늘고 있다.

캐나다, 뉴질랜드, 독일, 오스트리아 등이 조력 사망을 허용했고, 프랑스 의회도 관련 법안 논의에 착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력 사망에 대한 찬성 여론이 80% 이상이며, 그것을 허용하라는 헌법소원 재판이 진행 중으로 국회도 움직이고 있다.

일찌감치 1942년부터 조력 사망이 합법화된 스위스에서는 또다시 ‘참을 수 없는 죽음의 가벼움’에 대한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2017년에 공개됐던 이른바 ‘안락사 캡슐’의 상용화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다. 스위스의 관련 단체에 따르면 ‘사르코’(sarco)라고 불리는 기계의 첫 고객이 결정됐으며, 수개월 내 가동할 것이라고 한다.

‘죽음의 의사’로 불리는 호주 출신의 필립 니슈케가 네덜란드 디자이너와 함께 3D 프린터로 만든 사르코의 사용법은 간단하다. 보라색 캡슐에 들어가 버튼만 누르면 순간적으로 내부의 질소 농도가 짙어지면서 몇 분 만에 고통 없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용자가 버튼을 누르기 전 넘어야 할 걸림돌은 사전 평가와 함께 ‘당신은 누구인가’, ‘어디에 있나’,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는가’라는 세 가지 질문뿐이다. 중증 질환이나 신체장애가 있다면 눈 깜박임, 제스처, 음성 명령 등으로 기계를 작동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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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기계 사용 요금이 우리 돈으로 3만원도 안 된다는 것이다. 안락사를 위해 스위스로 간 한국인이 대략 2000만원 안팎을 쓴 것과 현격한 차이가 난다. 죽음이 손쉽고, 값싼 선택이 되고 있다는 두려움이 밀려올 수밖에 없다. 사르코 상용화를 둘러싼 법적·윤리적 문제가 잇따르고, 스위스 일부 주에서조차 사용 금지를 밝히는 등 저항이 일어나는 까닭이다.

2024-07-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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