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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붕세권/안미현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붕세권/안미현 수석논설위원

안미현 기자
입력 2021-12-29 17:16
업데이트 2022-01-1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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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길섶에서
길을 가다가 붕어빵 노점과 맞닥뜨렸다. ‘최애 간식’을 발견한 기쁨에 한달음에 다가섰다. 앗, ‘천원에 두 마리’. 나도 모르게 “작년엔 세 마리였는데…”라고 중얼거렸다. 눈치 빠른 주인이 푸념을 쏟아 낸다. “아, 밀가리(밀가루)가 을매나 올랐는지 몰라. 밀가리만 올랐게? 팥값도 엄청 올랐어.” 그러더니 기어코 한마디 더 붙인다. “이 장사도 올해까지만 하고 내년에는 접어야겄어.”

천원 한 장 내밀면 종이봉투가 두툼했던 시절이 있었건만 두 마리를 고이 받아 들고 돌아섰다. 붕어빵 애호가는 머리파와 꼬리파로 나뉜다. 머리부터 공략하는 사람, 꼬리부터 공략하는 사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붕어빵을 손에 들고 ‘머리냐 꼬리냐’를 고민하던 한 사람으로서 사라져 가는 붕어빵이 아쉽기만 하다.

재료값이 올라서인지 아니면 사람들의 입맛이 변해서인지 요즘 붕어빵을 찾기가 힘들다. 그래서 ‘가슴속 3천원’ 같은, 붕어빵 파는 데를 알려 주는 앱까지 등장했다. 붕세권(붕어빵+역세권)도 알려 준다. 앱이 업데이트되는 속도보다 노점이 견디지 못하는 속도가 더 빨라 때론 ‘불일치’도 발견된다.

새해에는 물가가 더 오른단다. 세 마리 운운하는 손님을 원망스럽게 쳐다보던 붕어빵 주인은 내년 겨울에도 리어카를 끌고 나올까.

안미현 수석논설위원 hyun@seoul.co.kr
2021-12-3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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