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작은 연못/진경호 논설위원

[길섶에서] 작은 연못/진경호 논설위원

진경호 기자
진경호 기자
입력 2018-01-25 22:40
수정 2018-01-25 22:4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거실 안 작은 질그릇 속, 금붕어 두 마리가 산다. 고작 손가락 절반만 한 몸집이건만 흐느적대는 품새가 스웩을 배운 게 분명하다. 거만하고 앙증맞다. 먹이를 주려 다가가면 쪼르륵 달려와(?) 연신 꼬리를 흔들며 뻐끔거린다. ‘밥 주세요 밥~!’ 물고기 기억력은 3초라 누가 말했나. 가당치 않다.

한데 이 질그릇 세상에서 양희은의 ‘작은 연못’ 사태가 벌어질 조짐이 보인다.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그놈 살이 썩어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덩치가 작은 녀석이 집요하게 큰놈 꽁무니를 쫓아가 물고, 큰놈은 온종일 도망 다니는 일이 일상이 됐다. 왜 쫓고 쫓기는지도 모른 채 쫓고 쫓긴다. ‘이기적 유전자’가 만든 영역 싸움에 충실할 뿐인 녀석들에게 공존의 가치를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 떼어놓을 도리밖에 없어 보인다.

인터넷 속 작은 연못에 금붕어를 빼닮은 인간 군상들이 산다. 왜 싸우는지도 모른 채 이념과 정파로 갈려 어제도 오늘도 날 새는 줄 모르고 싸운다. 서로 싸워 다 죽을 뿐인데, 옮겨 담을 질그릇도 없는데. 금붕어만도 못한….

jade@seoul.co.kr

2018-01-26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