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보리/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보리/최광숙 논설위원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16-05-31 23:06
수정 2016-06-01 00:2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메일의 아이디(ID·Identity)로 ‘보리’를 쓴다. 가끔 자료를 받아야 할 경우 상대방에게 아이디를 불러 주면 “쌀, 보리 할 때 그 보리예요?” 하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저런 설명을 하자면 길어지니까 그렇다고 답한다.

그런데 그제 공직에 있는 한 친구가 아이디를 문자로 알려 줬더니 “참 좋다. 지혜, 깨달음…, 혹 불자니?”라고 물었다. 불교에서 보리(菩提)는 깨달음의 지혜를 말한다. 사실 보리의 뜻을 아는 이가 많지 않기에 친구의 폭넓은 상식에 다소 놀라고 있는데 확 깨는 답변이 돌아왔다. “참고로 우리 집 강아지 이름도 ‘보리’야. ㅋㅋ”

그 순간 돈벌이에 급급해 새끼 출산을 늘리고자 인위적으로 강아지를 번식시키는 ‘강아지 공장’ 논란이 떠올랐다. 어찌 새끼를 낳는 고귀한 일이 ‘출산 학대’가 되었는지 부끄럽기 짝이 없는 현실이다.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것이 어디 강아지 공장뿐일까.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돈 앞에 무너져 생명도, 양심도, 인격도, 도리도 저버리는 일들이 다반사가 됐다.

강아지 주인인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보리가 깨달음을 얻어) 열반하실 때까지 잘 모셔라.”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6-06-01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